1000년 만에 지구 가장 가까이…'소행성 속살' 탐사 기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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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 사이언스소행성은 ‘태양계의 화석’으로 불린다. 열과 압력으로 내부 물질이 변한 큰 행성과는 달리 태양계 탄생 초기의 물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미국과 일본 등 우주강국은 우주의 비밀을 캐기 위해 소행성 탐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이 2014년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2는 지구에서 3억4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의 지하 물질을 채취해 지난해 지구로 가져오기도 했다.
지름 370m 크기 '아포피스'
2029년 3만7천㎞ 거리로 접근
지구 가까워 연료 아낄수 있어
한국도 소행성 탐사에 시동을 걸고 있다. 탐사 대상은 지난 6일 1680만㎞ 거리로 지구를 스쳐 지나간 지름 370m의 석질 소행성 아포피스다. 아포피스는 2029년에는 이번보다 훨씬 가까운 3만7000㎞ 거리로 지구를 지난다. ‘천리안’ ‘무궁화’ 등 정지궤도 위성보다 약 4000㎞ 더 가까운 거리다. 아포피스 크기의 소행성이 이 정도로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10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어 탐사에 유리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9년에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밑그림을 지난 1월 공개했다.이 시기 탐사가 유리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소행성 탐사를 통해 유의미한 과학적 성과를 얻으려면 표면 아래를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 소행성의 표면은 태양풍이나 우주선의 고에너지 입자들에 의해 생성 이후 끊임없이 풍화돼 왔다. 태양계가 처음 형성됐을 때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일본의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금속탄환으로 웅덩이를 만든 뒤 내부 물질을 채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029년에는 총알 등으로 표면을 파내지 않고도 아포피스 내부 물질을 조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구 중력으로 인한 조석력(주위의 행성 또는 위성이 당기는 힘)의 영향을 크게 받아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명진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산사태가 발생한 아포피스의 지형을 자세히 관찰하면 한 번도 태양빛에 노출되지 않은 소행성 내부 물질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포피스 탐사가 현실화한다면 탐사선엔 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편광카메라, 색까지 파악하는 다중대역카메라 등이 탑재될 전망이다. 천문연은 초소형 로봇을 표면에 보내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아포피스 탐사에는 지구 방위 목적도 있다. 아포피스는 2004년 미국 국립광학천문대가 처음 발견한 이후 지구와의 충돌 위험이 가장 큰 소행성 중 하나로 분류돼 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아포피스는 100년 안에 지구 충돌 확률이 가장 높은 천체 네 개 중 하나다. 2029년 충돌 확률은 38만분의 1로 희박하다. 그러나 6~7년 주기로 공전하는 이 소행성이 다음번에 지구와 가깝게 지나가는 2036년과 2068년의 충돌 확률은 시시각각 다르게 계산되고 있다.
소행성의 궤도는 태양빛의 영향을 받는다. 태양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공전궤도가 달라지는 ‘야르콥스키 효과’ 때문이다. 지구 중력의 영향도 클 전망이다. 각종 요인으로 변화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선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세한 형태는 가까이 다가가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천문연은 소행성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관측하는 ‘동행비행’을 통해 정밀 영상을 획득한다는 목표다.
한국의 아포피스 탐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천문연은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위한 사전 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