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치 넘은 민심…문대통령 '변창흠 교체' 배경은

1차 조사결과에 여론 악화…이낙연 건의 등 여권서 사퇴론 고조
재보선 직후 교체될듯…민심수습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교체를 공식화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따른 민심의 분노지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로 보이지만, 변 장관의 거취 정리 자체가 이번 사태의 '터닝 포인트'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국민 분노 엄중" 교체로 급선회…여권서 거듭된 사퇴압박
불과 이틀 전까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강조했다"며 경질론에 선을 그었다.

이날 결정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따른 것이지만, 문 대통령이 곧바로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을 꺾은 것으로 볼 수 있다.특히 전날 있었던 1차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도 민심이 오히려 악화하는 양상을 보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도 더는 변 장관 체제를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라도 빨리, 최소한으로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급한 불길을 꺼야 한다는 것이다.

2·4 공급대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변 장관 유임 명분으로 내세워왔지만, 오히려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에 대한 공세가 공급대책의 원활한 집행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여권에서 잇따라 계속된 사퇴 압박도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변 장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의 거취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변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메시지이자, 여차하면 해임건의 가능성까지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됐다.지난 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을 만나 변 장관의 교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4월초 교체 전망…"공급대책 악영향·성난 민심 고려"
변 장관의 교체 시점으로는 4·7 재보선 직후를 점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의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한 뒤 재보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끝난 뒤에야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 장관이 이미 리더십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점,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는 점에서 재보선 이전에 전격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변 장관 교체 시점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적절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사퇴로 막을 단계 지나"…부동산 리스크 '산 넘어 산'
여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민심 수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과 별개로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장관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그로 인해 사태를 막을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부동산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변창흠표'라는 별칭까지 붙어있는 2·4 공급대책이 변 장관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