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부부, KAIST에 200억 부동산 쾌척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 부부

“기부를 결정한 뒤로 여러 곳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장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에 KAIST를 선택했습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90대 노부부가 재산 200억원을 KAIST에 쾌척했다. KAIST는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92)과 안하옥 여사(90) 부부(사진)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서울 논현동 소재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장 회장 부부가 내놓은 부동산은 580㎡ 대지에 건축된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 빌딩이다.

황해도 남촌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장 회장은 18세에 월남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고학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용기 제조 회사를 일으켜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금의 재산을 일궜다. 삼성브러쉬는 화장용품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장 회장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나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오른팔이 돼주자고 부부가 자연스럽게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안 여사는 “기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돼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을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우리 부부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장 회장의 기부에는 이웃으로 지낸 김병호 전 용인서전농원 회장·김삼열 여사 부부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김 전 회장 부부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350억원을 기부했다. KAIST 발전재단 관계자는 “장 회장 부부는 김 전 회장 부부의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는 KAIST를 10여 년간 지켜본 뒤 기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 부부는 지난 2일 부동산 명의 이전 절차를 모두 마쳤다. KAIST는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사업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