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發 야권 급상승…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되레 꼬인다
입력
수정
지면A6
서울시장 선거구도 요동‘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확산하면서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보수 야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일화 경선이 ‘미리 보는 결승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양측 간 단일화 협상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중도층·무당층 '反與 민심' 폭발
與 박영선과 양자대결 때
오세훈·안철수 20%P 안팎 우세
양보 없는 野 단일화 협상
吳·安 "단일화 땐 당선" 판단
17~18일 여론조사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경선룰도 못 정해
유권자 75%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의 조사(지난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후보와 오 후보 모두 단일화 때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안철수-박영선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안 후보는 53.7%, 박 후보는 32.3%의 지지를 받았다. 21.4%포인트 차이다. 오세훈-박영선 대결에서도 오 후보는 51.8%, 박 후보는 33.1%의 지지를 얻어 18.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이전 여론조사들에서 한 자릿수 차로 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여야 선거 구도가 LH 사태 이후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LH 사태가 여당을 향한 중도층·무당층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불공정과 반칙에 대한 유권자의 누적된 불만이 여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H 파문이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75.4%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19일 단일화 가능할까
LH 사태로 인해 여야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면서 안 후보와 오 후보 측 협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선 승리가 곧 서울시장 당선’이라고 판단하는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 등에서 조금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이날 안 후보와 오 후보는 예정된 ‘공동 비전 발표회’를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두 후보는 서울시 공동 운영을 약속한 뒤 함께 정책 비전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결국 행사는 미뤄졌다.
안 후보는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무결점 후보’ ‘미래를 향한 후보’ ‘확장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또 안 후보 측은 “대승적으로 작은 이견을 내려놓고 모든 걸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당초 후보 간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오 후보 측을 비판했다.반면 오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 의지 없이 자신에게 불리한 토론회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끄는 등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날 비전 발표회를 단독으로라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직전 계획을 취소했다.
양측은 오 후보에게 유리한 ‘보수야권 후보로서의 적합도’와 안 후보에게 유리한 ‘박영선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 중 어느 것을 물을지를 두고 여전히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51 대 49 싸움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올 만큼 팽팽한 상황에서 조사 문항의 양보는 곧 결과의 양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측은 19일인 협상 시한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합의해야 할 사항에 비해 짧은 물리적 시간 때문이다. 양측 실무협상단은 일단 15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17일에는 여론조사를 시작하기로 한 만큼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뿐이다.혹여나 단일화가 실패할 것이란 위기감에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 등은 560여 개 보수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패배하면 국민들은 두 후보에게 역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정당은 협상에서 손을 떼고 두 후보가 만나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