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확률형 아이템 버려야 게임업계 신뢰 회복"

현장에서

확률 공개 미봉책에 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아야

구민기 IT과학부 기자
“금기였던 확률 공개까지 했는데, 유저들이 언제까지 이럴지 걱정이네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한 뒤 게임업계 관계자의 토로다. 넥슨은 지난 5일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일자 게임 내 장비 아이템의 잠재능력 옵션을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릴 수 있는 구매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을 공개했다.이용자들은 그러나 “좀 더 진정성 있는 넥슨의 사과를 원한다”며 불만을 풀지 않고 있다. ‘트럭 시위단’으로 불리는 일부 이용자는 성명문을 통해 넥슨 운영진의 태도를 지적했고 14일엔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일부 아이템의 확률이 0%에 가깝게 설정돼 있어 이용자들이 더 화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까지 쌓여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과 피로도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 ‘서든어택’ ‘마비노기 영웅전’, 컴투스 ‘사커스피리츠’,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등도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확률을 실제로 조작한 사건도, 이용자들이 단순 착각했던 사건도 있었다. 분명한 건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회의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게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여러 해결책을 내놔도 이용자들이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자기들을 농락한 게임사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다”는 게임업계 푸념에 대한 답은 “게임사가 근본적인 변화를 보일 때”로 귀결된다는 얘기다. 비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선 당장의 분노도 가시지 않을 것이며 현 상태가 봉합된다고 해도 또 다른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금방 쟁점화할 것이다. 분노를 잠재우고 장기적으로 게임을 운영하기 위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한 게임들은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하지 않았던 사례가 다수다. 정액제 기반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파이널판타지14’(스퀘어에닉스), 확률형 아이템을 극히 줄인 유료화(부분) 기반 ‘리그오브레전드’(라이엇게임즈) 등이다. 길게 가는 게임산업을 위해 새로운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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