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미래포럼' 출범…산업 대변혁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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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AI경제硏 우산에《가르시아의 밀서(密書)》. 피할 수 없는 미션이 던져질 때 스스로 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가르시아의 밀서》는 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을 소환할 필요도 없이 역사의 고비마다 ‘시대정신’이 있었다. 소명의식이라고 해도 좋다. ‘인공지능(AI)발(發) 산업혁명이 한국에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는 무엇인가.’ 오는 17일 대장정의 첫걸음을 떼는 ‘AI미래포럼(Artificial Intelligence Future Forum)’이 디지털 전환이란 대변혁의 시대에 던지는 화두다.
최고전문가 150명 결집
창립 웨비나 17일 개최
"AI는 대한민국 새 엔진"
“AI 전문가 1만 명 포럼이 탄생하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역량이 수직 상승한다는 뜻 아닌가.”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의 이 희망은 대학·기업·연구소에 흩어져 있던 150여 명(이 순간에도 가입 신청 중)의 AI 전문가들을 순식간에 뭉치게 했다. AI미래포럼의 좌표가 됐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가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로 바뀌는 정권 교체가 일어났지만, 변하지 않은 게 딱 두 가지 있다. ‘중국 견제’와 ‘AI 진흥’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다. 미·중 충돌은 기술 패권으로 격화하고 있고, 그 핵심에 AI가 있기 때문이다.
양대 AI 강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적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AI미래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 미래 세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교와 달리 기술 세계에서는 강대국에 양다리를 걸치는 ‘전략적 모호성’이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 AI 기술맵의 ‘전략적 요충지’에 반드시 한국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향후 100년의 새로운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게임 체인저’의 한 축을 틀어쥘 유일한 길이다.AI미래포럼은 자연발생적이다. 이유가 있었다.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선진 AI 혁신생태계 조성이 절박했다.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은 회의했고, 이 회의는 서로를 끌어들이는 인력(引力)이 됐다.
역사적으로 기술 경쟁에서 승리한 진영은 개방과 협력 쪽이었다. 구글 등 미국의 거대 AI기업이 세(勢)를 불려 글로벌 표준으로 등극하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분출하고 있는 개방과 협력 니즈가 포럼 탄생의 동력이 됐다.
"세계적 AI 파고에 대응…혁신생태계 구축 위한 실천 플랫폼 될 것"
한국에서 이제 막 꽃피우려는 AI를 두고 산으로 가는 규제 논란도 포럼 출범을 앞당긴 요인이다.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고수하는 한국에서는 정부의 AI윤리 가이드라인이 ‘자율’에서 ‘타율’로 돌변할 위험성이 높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AI챗봇 ‘이루다’ 사태를 빌미로 일부 시민·법조단체는 ‘데이터3법’의 규제완화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AI 규제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I윤리 문제를 정치인·관료·시민단체·법학자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AI미래포럼은 기술결정론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론을 지지한다. 인간이 기술발전의 주체라고 믿는다. AI는 아직도 발전 중인 기술이다. AI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과 공포 조장을 경계한다. AI의 범죄, 테러 악용을 단호히 반대한다. 데이터 파워가 커짐에 따라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규범의 진화에 찬성한다. 포럼은 모두와 소통하면서 이해의 지평을 넓혀나갈 계획이다.AI미래포럼은 ‘좋은 사회를 향한 AI(AI for social good)’를 지향한다. 각자의 소속 조직을 뛰어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할 일자리·복지·교육·환경·에너지 등 사회적 갈등 이슈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체와 함께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AI 전문가의 소명의식일 뿐 아니라 사회적 책무라고 인식한다.
거대한 중국을 이끄는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을 외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로 맞섰고, 현 바이든 행정부는 ‘더 위대한 재건(Build Back Better)’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피동적으로 변화를 강요당할 것인가.다시 《가르시아의 밀서》를 소환한다.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AI발(發) 산업혁명이 거세게 밀려오는 지금,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침이 뇌리를 스친다. “한국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혁신하게 하라(Let Koreans Change Korea).” AI미래포럼은 그 실천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안현실 한경 AI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