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투기 재발 강력히 막을 것, 단 국회의원만 빼고…"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직자 토지 거래 제한 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 재발방지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국회의원·시도의원 등은 규제 '무풍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국회의 반발을 우려해 의원에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의원도 엄연한 공직자이며 토지 개발 등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만큼 공무원과 다른 잣대로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공직자 투기 방지 대책은 크게 △토지거래 제한 △부동산 등록·신고제 도입으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

토지거래 제한은 주거 등 실사용 목적이나 상속 등 이외 토지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14일 전체 LH 임직원에게 이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교통부, 국토부 산하기관, 지방공기업 등 직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기재부도 부동산정책팀 등 택지 개발에 관여하는 직원은 토지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킬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에겐 부동산 등록·신고제도 적용된다. 공직자 부동산 정보시스템을 만들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토지 등을 모두 등록하게 하고, 새로 부동산을 취득할 때마다 신고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은 1년에 한번 재산 신고를 하게 돼 있다. 여기서 신고 주기를 '거래 때마다'로 강화하고 범위도 '5급 이하 부동산 정책 관련 전체 직원'으로 넓히겠다는 얘기다. 두 가지 규제가 시행되면 공직자의 투기 시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도 규제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행정부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를 규제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의원 규제 적용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원 역시 공직자란 점에서 규제 사각지대로 둘 이유가 없고, 토지 개발 등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A의원은 딸 명의로 시흥 과림동 일대 토지를 매수하고 상가를 신축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샀다. A의원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역시 민주당에서만 6명이 신도시 지역 등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LH 사태를 계기로 농업인도 아닌 사람이 농지를 사들여 투기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농지 소유자는 76명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4명 중 1명 꼴이다. 이런 현실 역시 의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할 타당성을 높이는 요소다. 국회의원 부동산 보유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도 말뿐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의원 300명에 대해 본인은 물론 배우자, 직계비존속의 부동산 거래 및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나흘이 지나도록 조사를 실제 할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택지 개발 정보에 접근 가능한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은 공무원과 똑같은 강도로 규제해야 한다"며 "의원은 봐준다, 식의 정책으로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토지 보유 기간이 짧으면 토지보상을 제한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투기 억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