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느닷없는 '제2의 아방궁' 반격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전경.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를 둘러싼 논란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밝히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제히 야당을 향해 "'제2의 아방궁' 논란으로 몰고 가느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이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사저를 노방궁, 아방궁이라고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는데 이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정치의 저열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방궁 논란은 지난 2008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초호화판 노방궁(노무현+아방궁)의 조성은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한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앞에는 주차할 공간도 없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 사는 전직 대통령이 없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노 전 대통령의 사저는 4257㎡(1287평)로 면적은 컸지만, 개별공시지가는 6억500만원(2008년 기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이를 보도한 KBS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16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15억원,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8억3000만원 등과 비교해도 '아방궁'이라고 할 근거가 빈약했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인터뷰에서 '아방궁 논란'에 대해 "정말 야비한 짓이었다.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봉하마을 사저. 한경DB
하지만 민주당이 문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제2의 아방궁' 논란으로 반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야당은 노 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문 대통령 사저의 규모나 호화로움을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사저 부지를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농지였습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농업 활동을 하는 경우에만 취득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까지 제출했는데요. 여기에 문 대통령은 영농경력을 11년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로부터 '농지'를 '대지'로 바꾸는 '형질 변경'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문 대통령이 농지를 취득할 수 있었던 배경과 농지에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형질 변경 허가까지 얻은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의 의혹입니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농지보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높습니다. 일반 국민이 농지를 취득해 대지로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투기 의혹을 받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 상당수가 농지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의 빈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민주당이 '제2의 아방궁' 논란으로 야당의 비판을 맞받은 게 느닷없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야당의 비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재임 기간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대통령은 문 대통령처럼 '농업인'으로 겸직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