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 심화…찬반 맞불 집회

"건설 백지화하고 대안 마련해야" vs "생명 살리는 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이후 그 해석을 놓고 지역주민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다.

15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제2공항 반대 주민과 함께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의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돼왔고 갈등은 증폭됐다"며 "갈등의 해법으로 제주도민의 뜻을 물어 결정하기로 한 것은 특별자치도 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누구보다 제주도민의 민의를 존중하고 실현에 앞장서야 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민의를 거스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제주도, 도의회가 합의하고 도민에게 약속한 갈등 해결 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약속대로 즉각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안 마련과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에 관해 토론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심 의원은 "제2공항과 관련해 지금은 토론할 때가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토론과정을 거쳐 중앙정부와 제주도, 도의회가 합의해 도민의 최종 의사가 확인된 만큼 도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제2공항 찬성 단체도 맞불을 놓았다.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와 성산읍청년희망포럼은 제주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2공항의 정상적인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심 의원이 제주의 실정을 잘 모른 채 제2공항을 반대만 한다"며 "현재 포화상태인 제주공항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질 것인가.

제2공항 건설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찬성단체는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갈등해소특위)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이들은 "도의회 갈등해소특위 박원철, 홍명환 의원이 공정한 심판 역할을 했다기보다 반대 여론을 선동했다"며 "도민 갈등 조장을 당장 멈추고 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당론과 배치되더라도 제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 도의원의 역할"이라며 "제2공항 건설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합뉴스 등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도민 각 2천 명, 성산읍 주민 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도내 견해차를 드러냈다.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지만, 공항 예정지 주민의 경우 찬성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23일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했고, 국토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제주도의 의견을 지난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엇갈린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기관 간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10일 "국토부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