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장기업은 여성임원 의무화"…중동에도 'ESG 바람'[선한결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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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겨냥…"글로벌 기준 맞추자"중동 금융 허브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여성임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두도록 의무화한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증시에 모두 효력을 내는 조치다. UAE는 외국인 투자를 끌기 위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UAE, 최근 ESG 경영 강조 잇따라
15일 UAE 매체 더내셔널에 따르면 UAE 증권거래소(SCA)는 전날 상장사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압둘라 빈 투크 SCA 이사회장 겸 경제장관은 "UAE 시장이 최소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UAE 당국은 최근 자국 상장사들에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블랙록, JP모간 등 주요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ESG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쓰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두바이에서 영업하는 주요 은행과 경제개발기관 등의 모임인 '두바이 지속가능금융그룹'이 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SG 모범 사례와 전략 등을 설명한 문서다. 이슬람채권(수쿠크) 등 서방 경제와는 다른 부문에 대해서도 ESG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두바이는 중동 일대 ESG 채권 주요 시장으로 발돋움하는게 목표다.
SCA는 2019년 말 UAE에 상장한 공공주식회사에 대해 이사회의 2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 증시 상위 350개 기업(FTSE 350), 미국 나스닥 등이 내세운 목표와 비슷하다. 20%를 채우지 못한 기업 이사회는 연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그랜트손턴에 따르면 UAE 상장사 110곳의 고위 경영직 중 26%가 여성이다. 그랜트손턴 조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게 집계된 일본(15%)보다 앞선다. 인도·터키(39%), 영국(34%), 싱가포르(33%), 미국(32%) 보다는 뒤처졌다.
더 내셔널은 "상장사 중 26%가 여성 임원을 두고 있지만, 상장사 임원직 총 수 대비 여성 비율은 823명 중 29명으로 3.5%에 그친다"며 "SCA가 최근 여성 임원 관련 규정을 내놓은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ESG를 적극 강조하자 주요 기업들은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UAE 매체 자우야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석유기업 ADNOC은 이사회 22명 중 17명이 여성이다. ADNOC은 작년엔 여성 기술자를 1148명으로 늘렸다. 전년대비 90% 급증한 수치다. 두바이 증시에 상장한 보험·재보험사 두바이보험(DNIR)은 이달 초 이사회에 여성 한 명을 지명했다. 기존 이사회는 모두 남성이었다.
일각에선 UAE 각 기업 고위직에 성별 균형이 늘고 있는 반면 대부분 기업을 왕가나 주요 가문이 주도하는 현상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의 자회사 마스다르는 유일한 여성 임원이 라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이사다. 칼둔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 CEO의 누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