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려 놓은 건 정부인데…세금 폭탄에 집 팔아야 할 판"

은퇴자 등 부동산 민심 최악

"서울 웬만한 아파트 9억 넘어
종부세 부과기준 현실화해야"

LH사태 겹쳐 조세저항 움직임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세금 낼 돈이 없어 집을 팔아야 합니다. 보유세 때문에 내 집에서 쫓겨나는 게 ‘조세정의’입니까.”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9.08%로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높아진 보유세 부담에 반발하는 유주택자의 글과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악화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이번 공시가 인상으로 1가구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 소유자 및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중인 아파트 한 채를 임대하거나 처분하기도 어려운 1주택자들은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강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의 한 회원은 “지금껏 스무 번 넘게 내놓는 부동산 대책마다 실패해 지방 집값까지 수억원씩 올린 건 정부 아닌가”라며 “이제 와 집값이 올랐으니 공시가도 올리고 세금도 높인다니 죄없는 국민 부담만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웬만한 아파트는 9억원이 넘는다”며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별다른 소득 없이 집만 가지고 있어 세금 낼 여력이 부족한 은퇴자들의 반발이 크다. 직장 은퇴 후 서울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A씨는 “살고 있는 집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 집을 팔지 않는 이상 이득을 보는 것이 없다”며 “은퇴자는 세금 낼 돈이 없어서 평생 살던 지역을 떠나 외곽으로 이사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은퇴자 B씨는 “양도세가 높아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게 발을 묶어놓고선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올해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 1위인 세종 집주인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70.68% 급등해 2위인 경기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23.96%)의 3배에 달한다. 세종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이날 공시가 급등 뉴스를 공유한 게시글에 “하늘 높이 치솟는 전세가가 무서워 온갖 대출을 ‘영끌’해 겨우 내 집 한 채 장만했는데, 이제 대출 이자 부담에 재산세 부담까지 늘어 생활비 마련이 어려울 지경”이라는 댓글 등이 달렸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