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수사협력단' 띄운 검찰…'수사권 조정' 보완 요구

검찰이 15일 경찰 주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수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사협력단 설치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한 법령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 비리를 파헤치는 데 검찰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과 함께 투기 의혹 수사에서 검찰을 배제한 현행 수사권 조정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대검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협력단' 설치
대검찰청은 이날 서초동 청사에서 3기 신도시 관할 검찰청 부동산 투기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검찰 내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협력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LH 투기 의혹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중심이 된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전담하고 검찰은 법률 조언 등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수사협력단은 일선 청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중요 범죄와 관련된 사안이 확인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도 지휘한다.

일선 검찰청 중심의 경찰 수사 지원을 체계화해 국민적 관심이 큰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 고검장들 "檢 직접수사 제한한 시행령 개정해야"
이번 LH 투기 의혹 수사는 올 초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찰 주도의 수사가 성과를 내면 검찰이 반대하는 수사-기소 분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어 검찰 내부의 자발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팔짱을 끼고 외면할 수 없는 검찰이 '수사협력단'을 꾸리며 본격적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갖췄지만, 검찰 내부에선 검찰을 배제한 채 이뤄지는 수사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향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인 6대 범죄 관련 혐의가 발견될 경우 검·경 간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국 고검장들이 이날 대검 수사협력단 설치 발표와 거의 동시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는 이러한 검찰 내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검장들은 "국가적 중요 범죄에 대해 국가범죄 대응 역량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세부 시행령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 범죄의 경우 4급 이상 공직자, 3천만원 이상 뇌물 사건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 검경 수사권 둘러싼 갈등 불씨 잠복
고검장들은 금융범죄·기술유출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전문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기소의 유기적 연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안한 전문수사청과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이날 고검장들의 제안에 뚜렷한 확답 없이 새 수사시스템의 안착과 범죄 대응을 주문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업무 추진에 참고하겠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검찰이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의 안착과 범죄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협력단 출범으로 일단 LH 사태에 대해 검·경과 법무부가 외형상 단일한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언제든 표면화될 수 있는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