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다시 '황사의 계절'

지난 10년 새 최악의 황사에 휩싸인 중국 베이징. 눈앞 고층빌딩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공기 오염도는 기준치의 200배까지 치솟았다. 소셜미디어엔 “세계 종말의 날처럼 보인다” “오늘 화성에 착륙했다” “우리가 먼지 먹는 공기정화 식물이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을 뒤덮은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어제 서해 5도와 강원 영동 북부를 기점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 위기경보가 발령됐다. 지난주 고농도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금세 누렇게 변했다.예전에는 황사의 진원지가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이었지만, 최근 들어 몽골과 중국 내륙으로 확산됐다. 이 지역에는 비가 적게 내려 땅이 건조하다. 바람이 강하고 대기가 불안정하다. 고원지대에서 발생하는 황사일수록 우리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황사가 심했던 2002년 3월에는 국내 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 반도체 등 정밀기계 산업이 곳곳에서 멈췄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표면에 먼지가 섞일까봐 도장작업을 중단했고, 전자제품 공장에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에어샤워’ 시간을 늘리느라 애를 먹었다.

황사는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천식이나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결막염 등 안구 질환,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중국 공업지대에서 날아온 황사에는 규소, 납 같은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섞여 있다. 이것이 폐와 혈관으로 들어가 몸속을 순환하며 치매나 동맥경화 등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황사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외출 후 먼지를 털어내고 양치와 샤워를 해야 한다. 머리도 감는 게 좋다. 눈이 가려울 땐 비비지 말고 식염수나 인공눈물로 씻어내야 한다. 마스크는 보통의 비말차단용이나 면마스크 대신 KF80 이상의 보건용을 써야 한다. 아직까지는 마스크 외에 묘책이 없다.

황사는 수천 년 된 골칫거리다. 중국에선 기원전 1150년부터 ‘우토(雨土·비처럼 내리는 흙먼지)’에 관한 기록이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서기 174년에 ‘우토’ 표현이 나온다. 그만큼 오래된 재앙이다. 옛날에는 ‘잘못된 정사(政事)에 대한 하늘의 응징’으로 여겨 근신했지만, 요즘은 선거철 헛공약으로 국민 속을 뒤집는 정치꾼이 난무한다. 이래저래 동남풍이 불 때까지는 숨 막히는 시간을 꼼짝없이 견뎌야 할 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