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검 '태풍 경보'…여야 '어디로 튈지' 초긴장(종합)

여야, 유불리 예측 어려워…특검 대상 등 놓고 수싸움 예고
여야가 16일 'LH 사태' 대응을 위한 특검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4·7 재보선을 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부동산 문제가 정국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특검을 통해 수세 국면을 돌파해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 문제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겠다는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자체가 어느 한쪽의 유불리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어 여야는 특검 임명부터 조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시작부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불법 투기는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의 특검 수용을 환영했다. 민주당으로선 재력가가 많은 야권 인사들을 검증대에 올릴 수 있게 됐지만 '내로남불' 시비만 커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며 "특검은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흘러간 논의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자당 현역의원 6명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만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여권 유력 인사가 연루된 부정·비리 의혹 사건이 터진다면 재보선은 물론 대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면돌파로 나설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여야를 떠난 부동산 적폐 청산의 문제로 규정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개발까지 수사 범위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 김 원내대표는 수사 범위에 대해 "성역은 없다"며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으로 한다든지 전국 공공택지개발 지구를 한다든지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허영 대변인은 "빠르면 한 달 안에 특검법 통과가 진행되지 않을까"라며 "특검법의 조사 범위를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곧 특검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며 "3월 임시국회 중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압박했다.

신도시 토지거래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는 물론 청와대 참모진까지 전수조사에 넣자고 요구하며 LH 사태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부동산 이슈 자체를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부동산 정국을 장기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특검 수사 대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진행된 개발지구를 포함해도 상관없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수사 범위는 될수록 넓게 하면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과 재산 관련 비리 의혹으로 탈당한 박덕흠 전봉민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의힘 역시 특검 리스크가 여당 못지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날 국조 대상으로 경기도 광명·시흥,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만 골라 거론한 점에 비춰보면 결국 현 정부가 추진한 택지개발 과정으로 과녁을 좁혀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