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핵탄두 상한 40% 늘린다…"냉전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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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브렉시트 이후 외교정책 전면 재검토"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이 보유 중인 트라이던트 핵탄두의 비축 상한을 40% 이상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실현되면 냉전 이후 처음으로 영국의 군축 기조가 뒤집히게 된다.
"영국, 새로운 핵 군비 경쟁 시작" 비난도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발간한 100페이지 분량 영국 국방·외교 정책검토본을 인용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외교정책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며 "트라이던트 핵탄두 보유 상한을 기존 180개에서 260개로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정책검토본에서 "안보환경이 변해 핵탄두 보유 상한을 늘려야 한다"고 썼다. 이어 "러시아가 영국에 가장 적극·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체계적 도전"이라며 "기후 변화 등 분야에서 서방국가들은 점점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중국 공산당과 협력해야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국은 무역·투자 부문에서 중국과 긍정적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과 관계를 심화하고 인도·태평양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존슨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이 2030년 내에 CBRN(화학, 생물학, 방사선 또는 핵) 공격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어를 위해 최소한의 독립적 핵 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검토본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2%를 국방예산으로 쓰고 있다. 나토 회원국 지출목표를 웃돈다.
일각에선 영국이 핵탄두를 늘리면 새로운 핵 군비경쟁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비영리 정보기관인 핵정보서비스(NIS)의 데이비드 컬렌은 "만약 현실화되면 매우 도발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수십 년 동안 핵탄두 수를 줄여왔던 흐름을 깬다면 충격적인 국제 신뢰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가디언지에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