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에도 성장한 韓 디지털 헬스케어
입력
수정
지면B5
최윤섭의 헬스케어 돋보기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그 잠재력에 비해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성장이 더디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이런 일이 생겼다.
민간의 자생적인 노력에 의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싹 터
제도적 뒷받침땐 활짝 꽃 필것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에는 희망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대부분 민간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달성했다.
가장 큰 변화는 관련 기업의 숫자의 폭발적 증가다.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양적인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필자가 처음 이 분야에 뛰어든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흔히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에서 투자 검토를 진행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숫자는 3년 전만 해도 연간 50건이 안 됐다. 작년에는 이 숫자가 110건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벌써 50팀이나 검토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300여 개 스타트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질적 개선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전문가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종합병원 교수를 스카우트하면서 화제가 됐는데,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의사 약사 수의사 등을 채용하는 건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이 분야를 구성하는 전문성과 다양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에 돈도 풀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으며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전자 통신 유통 식품 교육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돈을 쓰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도 이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가 여럿 만들어지고 있다.
급속한 팽창에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묻지마’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가치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생태계 자체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런 부작용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최윤섭 <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