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주성준 교수팀, 뇌의 읽기 회로망 자동성 기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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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문자에 자동으로 반응하며, 잘 반응할수록 읽기 능력 높다
심리학과 연구실, 정상/난독증 아동의 단어에 대한 뇌 자동 반응 차이 분석책을 읽을 때 소리를 내든 내지 않든, 집중을 하든 무심히 보든 뇌의 언어 영역은 시각 신호뿐 아니라 청각 신호까지 ‘자동으로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지어 글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조차 뇌는 ‘자동으로 반응’한다.뇌의 이 ‘자동성’은 읽기 능력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돼, 읽기 학습과 난독증 치료의 새 지평을 기대하게 한다. 난독증은 문자 해독이 어려운데, 시각적인 읽기 학습뿐만 아니라 문자와 음성을 합친 반복 학습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주성준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은 정상 아동과 난독증 아동 대조군을 실험한 결과, 단어에 대한 뇌의 자동 반응 차이가 읽기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16일 발표했다. 단어에 자동 반응을 잘 할수록 읽기 능력이 높았다. 지금까지 읽기 과정에서 뇌의 이 같은 자동성 발달 기제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해 나타나는 뇌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 강도가 아동이 가지는 읽기 능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SSCI저널에 논문으로 발표, 소개했다.뇌의 언어 영역 중, 음성(소리) 언어를 처리하는 영역은 우리가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변화를 겪을까.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연구팀의 뇌과학 연구는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한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과 ‘읽기 능력’이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제이슨 옛맨(Jason Yeatman) 교수 연구팀과 뇌자도(MEG)를 활용한 공동 연구를 통해 7세부터 12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뇌 언어 영역의 반응과 빠르게 변화하는 응시점의 색을 변별하는 주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제시된 단어 자극에 대한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을 비교했다. 뇌자도는 신경 세포 간 전류 흐름으로 유도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기능영상법이다.
‘읽기 과제’는 진짜와 가짜 단어를 찾는 미션이다. 예를 들어 ‘home(집)’이라는 진짜 단어에 대해 버튼을 누르고, 사전에 없는 ‘lood’라는 가짜 단어에는 누르지 않는 식이다. ‘주의 과제’에도 같은 형태의 진짜,가짜가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점의 특정색에 반응하도록 했다. 제시된 단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여러 가지 빠르게 변하는 응시점의 색 중 빨간색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연구팀은 뇌의 언어 영역 중 음운(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소리의 단위) 처리 과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상측두회(STG)의 단어에 대한 신경 활동을 측정한 결과, 난독증을 가진 아동은 정상 발달 아동에 비해 이 영역의 신경 활동이 진짜 단어와 노이즈(이 경우에는 ‘가짜 단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 결과는 난독증과 음운처리 과정의 문제에 연결 고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연구 결과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주의 과제 수행 시에도 상측두회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아동의 읽기 능력과 강한 상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읽기 능력이 뛰어난 아동의 언어 영역은 매우 큰 반응을 보였지만, 난독증을 가진 아동의 언어 영역은 단어에 대해 선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 결과는 읽기 학습 동안 아동의 뇌는 시각 자극인 단어와 음성 언어를 연합하는 것을 학습하고,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성 발달 여부는 성공적인 읽기 학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동’ 단어 선택 반응은 읽기 능력을 나타낸다. 단어 선택 반응의 크기가 큰 아동일수록 읽기 능력이 높았다. 즉,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의 강도로 아동의 읽기 능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이 읽기 학습 동안 발생하는 뇌의 변화(가소성)를 의미하며, 성공적인 읽기 학습은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을 수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소성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신진연구자 과제를 통해 수행됐으며, ‘읽기 회로망의 자동성’이라는 논문명으로 SSCI저널인 『Brain and Language』 3월호에 게재됐다.
인간만이 향유하는 고등 인지 기능인 읽기 기능은 의미 없는 시각 자극인 글자와 음성 언어의 연합을 학습함으로써 형성된다. 읽기는 발달 과정 가운데 비교적 늦게 학습하는 기능 중 하나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인 읽기 기능을 형성하기 위해서 아동의 뇌는 이미 형성돼 있는 여러 기능들을 활용해 읽기 기능을 형성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단어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단어 영역은 기존의 얼굴 영역, 물체 영역 등으로 조직화돼 있는 상위 시각 영역의 재조직화를 통해 형성된다.
뇌의 음성 언어 처리 영역이 읽기 학습 동안 가질 변화를 궁금해 한 연구팀은 뇌의 신경활동에 대한 높은 시공간적 해상도를 가진 뇌자도를 활용해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언어 영역의 반응을 측정한 결과, 실제 읽기 과제 동안 단어를 읽을 때도 청각 신호인 음성 언어에 반응하는 언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관찰했다.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뇌 연구에 기반을 둔 읽기 학습이나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문자와 음성 간의 연합에 대한 반복 학습을 통해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언어 영역의 반응이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심리학과 연구실, 정상/난독증 아동의 단어에 대한 뇌 자동 반응 차이 분석책을 읽을 때 소리를 내든 내지 않든, 집중을 하든 무심히 보든 뇌의 언어 영역은 시각 신호뿐 아니라 청각 신호까지 ‘자동으로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지어 글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조차 뇌는 ‘자동으로 반응’한다.뇌의 이 ‘자동성’은 읽기 능력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돼, 읽기 학습과 난독증 치료의 새 지평을 기대하게 한다. 난독증은 문자 해독이 어려운데, 시각적인 읽기 학습뿐만 아니라 문자와 음성을 합친 반복 학습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주성준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은 정상 아동과 난독증 아동 대조군을 실험한 결과, 단어에 대한 뇌의 자동 반응 차이가 읽기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16일 발표했다. 단어에 자동 반응을 잘 할수록 읽기 능력이 높았다. 지금까지 읽기 과정에서 뇌의 이 같은 자동성 발달 기제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해 나타나는 뇌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 강도가 아동이 가지는 읽기 능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SSCI저널에 논문으로 발표, 소개했다.뇌의 언어 영역 중, 음성(소리) 언어를 처리하는 영역은 우리가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변화를 겪을까.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연구팀의 뇌과학 연구는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한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과 ‘읽기 능력’이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제이슨 옛맨(Jason Yeatman) 교수 연구팀과 뇌자도(MEG)를 활용한 공동 연구를 통해 7세부터 12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뇌 언어 영역의 반응과 빠르게 변화하는 응시점의 색을 변별하는 주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제시된 단어 자극에 대한 언어 영역의 자동적인 반응을 비교했다. 뇌자도는 신경 세포 간 전류 흐름으로 유도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기능영상법이다.
‘읽기 과제’는 진짜와 가짜 단어를 찾는 미션이다. 예를 들어 ‘home(집)’이라는 진짜 단어에 대해 버튼을 누르고, 사전에 없는 ‘lood’라는 가짜 단어에는 누르지 않는 식이다. ‘주의 과제’에도 같은 형태의 진짜,가짜가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점의 특정색에 반응하도록 했다. 제시된 단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여러 가지 빠르게 변하는 응시점의 색 중 빨간색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연구팀은 뇌의 언어 영역 중 음운(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소리의 단위) 처리 과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상측두회(STG)의 단어에 대한 신경 활동을 측정한 결과, 난독증을 가진 아동은 정상 발달 아동에 비해 이 영역의 신경 활동이 진짜 단어와 노이즈(이 경우에는 ‘가짜 단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 결과는 난독증과 음운처리 과정의 문제에 연결 고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연구 결과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주의 과제 수행 시에도 상측두회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아동의 읽기 능력과 강한 상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읽기 능력이 뛰어난 아동의 언어 영역은 매우 큰 반응을 보였지만, 난독증을 가진 아동의 언어 영역은 단어에 대해 선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 결과는 읽기 학습 동안 아동의 뇌는 시각 자극인 단어와 음성 언어를 연합하는 것을 학습하고,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성 발달 여부는 성공적인 읽기 학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동’ 단어 선택 반응은 읽기 능력을 나타낸다. 단어 선택 반응의 크기가 큰 아동일수록 읽기 능력이 높았다. 즉,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의 강도로 아동의 읽기 능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이 읽기 학습 동안 발생하는 뇌의 변화(가소성)를 의미하며, 성공적인 읽기 학습은 언어 영역의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을 수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소성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신진연구자 과제를 통해 수행됐으며, ‘읽기 회로망의 자동성’이라는 논문명으로 SSCI저널인 『Brain and Language』 3월호에 게재됐다.
인간만이 향유하는 고등 인지 기능인 읽기 기능은 의미 없는 시각 자극인 글자와 음성 언어의 연합을 학습함으로써 형성된다. 읽기는 발달 과정 가운데 비교적 늦게 학습하는 기능 중 하나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인 읽기 기능을 형성하기 위해서 아동의 뇌는 이미 형성돼 있는 여러 기능들을 활용해 읽기 기능을 형성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단어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단어 영역은 기존의 얼굴 영역, 물체 영역 등으로 조직화돼 있는 상위 시각 영역의 재조직화를 통해 형성된다.
뇌의 음성 언어 처리 영역이 읽기 학습 동안 가질 변화를 궁금해 한 연구팀은 뇌의 신경활동에 대한 높은 시공간적 해상도를 가진 뇌자도를 활용해 시각 자극인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언어 영역의 반응을 측정한 결과, 실제 읽기 과제 동안 단어를 읽을 때도 청각 신호인 음성 언어에 반응하는 언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관찰했다.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뇌 연구에 기반을 둔 읽기 학습이나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문자와 음성 간의 연합에 대한 반복 학습을 통해 단어에 대한 자동적인 언어 영역의 반응이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