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에 '토지공개념' 꺼낸 與…업계 "더 큰 투기 조장할 것"

사진=연합뉴스
추미애·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제히 토지공개념을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 사태로 정부·여당이 타격을 받자 토지공개념에 대한 헌법 명문화 등 개헌 논의를 통해 탈출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LH사태가 부동산 관련해 공공에 막강한 힘이 집중되면서 발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가가 토지 사용과 처분을 제안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 도입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토지공개념 도입 주장은 LH사태 관련해 여권의 부족한 문제 의식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추 전 장관은 16일 SNS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을 선언을 환영한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을 보다 구체적인 법률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글을 썼다.

조 전 장관도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 하자며 개헌에 불을 당겼다. 그는 이날 SNS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부터 3차레에 걸쳐 발의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헌법화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추 전 장관을 거들었다. 이어 "부동산 적폐 청산은 '토지공개념' 강화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며 "180석은 할 수 있다"고 글을 썼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난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주택·토지 등을 투기 대상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인식이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등 토지공개념 도입에 대한 군불지피기에 나섰다.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개념으로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돼왔다. 헌법재판소가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는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에 대해 위헌 및 헌법불합치 등의 결정을 내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토지공개념은 LH사태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LH사태가 부동산 관련해 토지수용권, 토지개발권, 용도변경권 등이 집중돼 있어서 생긴 문제인데, 공공의 힘을 더욱 강화하는 토지 공개념 도입은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토지공개념이 어마어마하게 큰 편"이라며 "LH 사태도 공공의 권한 집중으로 문제가 생겼는데, 공공에 더 큰 힘을 주자는 토지공개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