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용차 법정관리 쇼크…경기도 부도율 12년만에 최고

부도율 1.5%…쌍용차 평택 공장인근 '초토화'
쌍용차 1차협력업체 매출 '뚝'
금융지원 만료 임박, 시장금리 오름세
전국 부도율 치솟을듯
가동을 재개한 쌍용차 평택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체가 몰린 경기도의 어음부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 주변 협력업체와 상권이 흔들린 결과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는 동시에 정부 금융지원이 끊길 경우 부도율 급등세가 경기도를 넘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월 어음부도율 1.5%…2009년 후 최고치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도 어음부도율(어음교환액을 부도금액으로 나눈 비율)이 전달보다 1.44%포인트 오른 1.5%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94%) 후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지난 1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0.19%)도 크게 웃돌았다. 어음부도율이란 약속어음과 당좌수표 등 각종 어음(외상거래로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가 향후 일정시점에 돈을 갚겠다고 발행한 일종의 채권)의 부도 금액을 전체 어음 교환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팍팍해지면 어음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그만큼 어음부도율이 올라간다. 중소기업 자금사정을 가리키는 지표로 통한다.

경기도 어음부도율이 치솟은 것은 지난해 12월 21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영향이 컸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쌍용차는 이전에 납품받은 자재대금 지급이 어려워졌고, 부품 공급도 어려워지면서 최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돌리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경기도의 자동차부품산업 종사자수는 4만8088명에 이른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경기도에 자리잡은 자동차 1차협력업체(완성차 업체와 직접거래 기준) 숫자는 177곳에 이른다. 쌍용차 법정관리가 이들 협력업체에 적잖은 타격을 줬고, 그만큼 부도율도 밀어올린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경기도 자동차 업체들은 쌍용차 법정관리 이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은 경기본부가 지난해 6월12월~7월1일 경기·대전·충남지역 자동차부품업체 6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1분기 매출이 평균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고 답했다.

생산량도 5.7%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 63개 업체 가운데 19개 업체는 최근 공장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도 답했다. 쌍용차 법정관리로 이들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부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쌍용차 법정관리로 평택 공장 주변 상권도 타격을 받은 것도 부도율을 밀어올렸다는 평가다. 인근 주민들도 "코로나19로 침체된 평택 상권이 쌍용차 법정관리로 초토화됐다"고 토로했다. 한은 경기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도·소매·서비스업체들의 불황이 부도율을 높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르는 시장금리…부도 위험 커진다

부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지난달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9월까지로 미뤘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이 같은 지원 조치가 만료되면 번돈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줄줄이 신용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15일 연 1.238%로 치솟으며 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의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기업(2298곳) 가운데 37.5%로 전년 말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들 좀비기업 상당수는 차입금을 변동금리로 조달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빚을 못갚아 부도를 내는 확률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도 시장금리 상승에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98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48조3500억원가량 늘었다. 통계를 집계한 2018년 후 최대치로 그만큼 차입금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