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비대면 경쟁력으로 실적 양호…'대형 IB' 지정땐 재도약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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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전망지난해 세계를 흔들었던 코로나19는 자본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 주식시장 급락으로 다수 증권사의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주식시장 유입 현상도 나타났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급락하던 증시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덕분에 회복을 넘어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2019년 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3조원, 올해 34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동학개미 운동에 힘입어 대부분 증권사의 고객 수와 매출이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혜택을 본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다.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와 코로나19 상황에서 부각된 비대면 채널 경쟁력을 바탕으로 키움증권의 리테일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은 크게 증가했다. 국내 주식 점유율은 2019년 29.2%에서 2020년 29.8%로, 해외 주식은 2019년 5.8%에서 2020년 24.9%로 늘어났다.
고객 수도 빠르게 불어났다. 키움증권의 전체 계좌는 2019년 말 448만 개에서 지난해 776만 개로 늘었다. 연간 신규 계좌는 2019년 68만 개에서 지난해 333만 개로 급증했다.
실적도 양호하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지배지분 순이익은 7034억원으로 2019년보다 94.0% 증가했는데, 이는 증권업계 평균 이익 증가율(20.8%)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증권사 이익 기여도가 높은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해져 올해 실적은 사상 최대였던 작년보다도 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이미 자기자본 대부분을 신용융자 잔액에 사용하고 있어, 주식시장의 급증하는 신용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단점으로 거론된다. 이는 기업 역량에 비해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볼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이익 비율(ROE)은 지난해 기준 27.3%로 높은 편이다. 자기자본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어 신용잔액 한도 부족 문제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자기자본의 가파른 증가를 바탕으로 키움증권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증권업계 아홉 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만 지정될 수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말 별도 자기자본은 2조5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23.6% 증가했다. 지금의 자본 증가 속도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자기자본 3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증권사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와 기업신용공여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리테일에 특화된 키움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지정된다고 해서 갑자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업무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보통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형 증권사’로 분류하는 만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키움증권도 대형 증권사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올해 키움증권은 기존 개인 주식거래 강자에서 금융상품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 마이데이터사업 인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리뉴얼이 진행되고 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처럼 플랫폼에 강점을 지닌 기업들이 올해 MTS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 대응해 기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측면도 있다.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는 낮다. 키움증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이익 기준 4.6배, 2021년 예상 이익 기준 4.4배(15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4.4~4.6년치 순이익만으로 회사를 전부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금리 상승 가능성이 코스피지수 조정으로 이어지면서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업종의 투자심리가 일부 악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이 부각될 때마다 주가는 재평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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