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브로커리지 실적 호조…해외 대체투자 리스크도 완화

증권 업종 분석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올해도 증권사들의 호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비록 성장 모멘텀은 약화됐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지표가 좋고 이익 체력도 강해졌다. 기업공개(IPO) 수요가 늘어나고 코로나19 국면도 완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은행(IB)의 성장도 기대된다.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손실이 사라지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기조도 더해져 실적 안정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달리 다각화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형사들이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부터 국내 증권산업의 화두는 역시 ‘동학개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합산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19년까지 10조원 선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후 지난해 전년 대비 세 자릿수의 상승 랠리를 보였다. 작년 말에 이르러서는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32조원을 웃돌았고, 올해 1월에는 40조원을 돌파했다. 그 덕분에 증권사 실적은 지난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딛고 V자로 반등했다.지난 수년간 위축됐던 브로커리지 수수료도 다시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부상했다. 소위 말하는 ‘영끌’의 영향으로 신용공여 이자수익까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자본 레버리지가 필요한 파생결합증권과 같은 상품 운용과 IB 중심으로 증권업이 성장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다소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인 증권 위탁매매가 수익의 핵심으로 바뀌었다.

하루 거래대금은 올해도 지난해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투자심리가 일부 위축되고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 증가세도 다소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자산 증식에 목마른 투자 수요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현재 60조원이 넘는 고객예탁금이 다시 갑자기 예전처럼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몰려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한다.

이처럼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증권업에 전체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중소형사나 자본 규모에서 상대 열위에 있었던 회사들이 큰 수혜를 봤다. 브로커리지는 대규모 자본 레버리지나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활발하게 ELS를 발행하고 운용했거나, 공격적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늘린 대형사들은 대규모 손실 및 충당금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형사 이외에 상대적으로 간단한 영역인 브로커리지에 집중하던 회사들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즉 다각화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형사들이 오히려 일회성 손실을 인식하면서 실적 모멘텀이 덜 부각됐다고 판단한다.올해 역시 증시 지표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중심의 실적 상승 모멘텀은 둔화될 전망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해져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0%로 수렴하고 있으며 거래대금과 신용공여, 레버리지 투자도 계속 폭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IB 등 다각화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의 실적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증권사 실적과 증시 간의 베타(Beta)는 낮아진다는 의미이다. 또 지난해 결산 때마다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일회성 손실의 영향이 올해는 사라지며 실적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돼 있는 대형 증권사 4사(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합산 기준으로 ELS 관련 손실을 제외한 일회성 손실의 합계는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의 16% 수준인 약 6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된 내용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평가손실 및 충당금 인식과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인식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부분 일단락된 이슈이기에 올해는 일회성 손실의 영향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기계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은 지난해 4분기에 대부분 인식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국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리스크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모펀드 관련 보상은 일부 회사에 여전히 위험노출액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의 회사는 지난해 미리 손실 처리했다. 따라서 사모펀드 보상이 올해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부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ELS 관련 손실도 발행량을 조절하고 자체 헤지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와 같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상당 부분 낮아졌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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