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사과에도…박원순 피해자 "보궐 왜 치르나" 눈물

언론 앞에 모습 드러낸 박원순 피해자
"보궐선거 치러지게 된 계기 묻혔다고 생각"
"극단적 선택으로 가해자 피해자 자리 바뀌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고개를 숙였지만 피해자는 "박원순의 위력이 여전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궐선거 치러지게 된 계기 묻혔다고 생각"

피해자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피해자의 입장문은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대독 됐다. 대독된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는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말미 직접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피해자는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피해자는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일이 먼저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이 굉장히 험난했다"고 강조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으로 가해자 피해자 자리 바뀌어"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의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저라는 인간은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며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 일로 인해 한 명의 생명은 존엄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 절차를 잃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직접 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사실 왜곡하고 상처 주었던 정당에서 시장 선출되는 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두렵다"라고 답했다.

이어 "후회 덜할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며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말을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그 후회의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했고 이 자리에 서게됐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