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책임진다" 사의 밝힌 대구대 총장 직위해제…배경은

이사회 "학교 이미지 실추"…재단 vs 총장 갈등설 부각

대학 총장 가운데 처음으로 신입생 모집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김상호 대구대 총장이 느닷없이 직위해제돼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은 지난 16일 연 이사회에서 김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해임)를 요구했다.

김 총장 자진사퇴 의사가 외부로 알려진 지 11일만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직위해제에 "구성원들 뜻에 따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지난달 28일 내부 게시판에 개강 인사 글을 올려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와 관련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달 4일에는 편제 조정 등 당면한 현안을 마무리하고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추가로 밝혔다.

이후 '입시 실패를 어떻게 총장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느냐', '그렇다면 대부분 대학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 등 그를 향한 우호적인 여론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은 지난 16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교원징계위원회에 김 총장에 대한 중징계(해임) 처분 의결을 요구했다.

또 이를 이유로 김 총장을 직위해제했다.

학교법인 정기 이사회는 애초 오는 22일로, 이날 전체 이사가 참석한 간담회 자리가 김 총장 거취 문제가 거론되자 긴급 이사회로 바뀌었다. 이사회는 김 총장이 학교법인과 사전 협의 없이 입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외부에 알려져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광학원 관계자는 "사퇴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왔을 뿐 김 총장은 법인에 사퇴 의사를 알리지 않았고, 확인 요구에도 답하지 않았다"며 "그런 부분들을 논의해 이사들 전원 일치로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퓨처 모빌리티 연구개발(R&D) 시티 조성사업'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그가 대외적으로 이견을 보인 점도 징계 이유로 삼았을 것이라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학교법인이 학내 혼란이 예상됨에도 곧 사퇴할 김 총장에게 강경한 조치를 한 배경에는 누적된 갈등과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불만 등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학교 내부에서는 퓨처 모빌리티 R&D 시티 조성사업 등 여러 사안을 둘러싼 김 총장과 학교법인 간 갈등이 신입생 미달 사태로 불거졌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동안 대구대에서는 김 총장이 추진한 사업에 학교법인이 제동을 건 사례가 많아 양측 갈등이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법인이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전환해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기류도 있다.

대구대교수회 등 학내 단체들이 지난 9일 대표자연석회의를 구성해 학내 현안을 논의하고 추후 차기 총장 선거 일정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서둘러 김 총장을 직위해제함으로써 간선제 전환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재단 측이 그동안 총장 선거를 간선제로 하고 싶어했기에 이참에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