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파업하겠다는 르노삼성 노조…"1교대 전환 반발"

18일 간부 중심 지명파업 실시
이후 전 노조원 대상 파업 강행할 계획
1교대 전환에 대한 반발 차원
업계 "노조 파업에 르노삼성 배정 물량 더 줄 수 있다"
과거 파업으로 멈췄던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끝내 파업에 나선다. 회사 측이 물량 부족을 이유로 야간근무를 두 달 이상 없애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하면서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기본급을 올려달라는 노조와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회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17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18일 간부들이 파업을 하는 '지명파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지명파업은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회사 생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자동차 생산공정 특성 상 일부 근로자가 빠져도 생산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노조 지도부는 이날부터 전 조합원의 잔업(추가근무) 및 특근(주말근무)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부분파업 및 전면파업도 강행할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전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을 조직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의 근무 형태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16일부터 부산공장 야간근무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 만들 물량이 없어서다. 르노삼성이 1교대 체제로 공장을 한 달 이상 운영하는 건 2005년 이후 16년 만이다. 일부 직원은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1교대 체제는 5월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2교대에서 1교대로의 전환을 피하기 위해 주4일 근무체제 도입 등 대안을 논의했지만, 의견 조율하지 못했다. 연차 사용 확대 여부와 주4일 근무 시 임금 지급 규모, 영업본부 구조조정 방식 등을 놓고 의견이 달랐다.

르노삼성의 차량 판매량은 2017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및 해외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17만7425대) 대비 34.5% 줄었다. 2017년(27만6808대)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 연 10만 대 규모의 수탁생산(닛산 로그) 계약이 종료됐고, 최근 들어서는 내수까지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르노삼성이 처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프랑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에 대해 경고해왔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부산공장은 XM3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스페인 공장 등도 XM3 생산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내년 이후 XM3 유럽 물량을 다른 공장에 뺏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거 르노삼성은 '노사관계의 모범생'이라 불렸지만 2018년 11월 현 노조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르노삼성 노조 지도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시도했다가 노조원들의 반대에 밀려 실패한 적도 있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는 상급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은 기업노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