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에런 브룩스(31)가 투수진의 맏형으로서 미국으로 떠난 양현종(33)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우겠다고 다짐했다. 또 빅리거 출신 추신수(39·SSG 랜더스)를 대단한 타자라고 높게 평가하고 한국에서 펼쳐질 추신수와의 대결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브룩스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KIA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로 KBO리그를 준비하는 각오를 자세하게 밝혔다.
브룩스는 먼저 "스트라이크 존을 맹렬하게 공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잘 알다시피 난 삼진을 엄청나게 잡는 투수가 아니기에 제구와 볼 끝 움직임을 살려 스트라이크를 던져 타자를 맞혀 잡겠다"며 "계획대로 잘 이뤄지면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팀과 KIA 팬들이 바라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며 "내가 지난해의 기량을 유지하고, 타자를 잘 공략한다면, 올해엔 대니엘 멩덴(28)과 함께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룩스와 우완 투수 맹덴은 미국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한국 생활을 1년 먼저 한 브룩스는 한국 야구 적응의 첫걸음인 특유의 선후배 간 위계 문화를 멩덴에게 알려줬다.
양현종이 빠진 KIA 마운드에서 브룩스는 명실상부한 1선발이자 맏형이다.
브룩스는 "양현종의 공백은 특히 그를 존경한 우리 팀 젊은 투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며 "내가 수다스럽거나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어린 투수들이 내게 직접 또는 통역을 통해 물어보면 아주 열린 자세로 옳은 방법과 필요한 것을 알려주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리더 노릇을 충실히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김현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이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의견을 묻는다며 이미 멘토로서의 일상을 소개하고 빅리거 경험을 공유한 멩덴도 맏형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브룩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빅리거에 도전하는 양현종에게 "KBO리그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더 딱딱하고 멀리 날아가기에 볼을 낮게 던지고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며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브룩스는 빅리그에서 6번 대결해 5타수 2안타를 허용하고 몸 맞는 공 1개, 삼진 1개를 남긴 추신수와의 대결도 기다렸다.
브룩스는 "추신수는 빅리그에서 오래 뛴 대단한 타자이며 타격할 줄 아는 선수"라며 "한국에서의 대결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추신수가 아주 좋은 타자이지만, 투수가 타자를 두려워해 공을 제대로 못 던진다면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추신수와의 대결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브룩스는 지난해 9월 미국에 있던 아들 웨스틴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자 KIA 구단의 양해를 얻어 시즌 중 미국으로 돌아갔다.
브룩스의 이탈로 KIA는 5강 경쟁에서 탈락했다.
브룩스는 양현종을 비롯한 KIA 선수단과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감동해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광주로 돌아왔다.
선수단에는 감사의 뜻을 담아 손목 팔찌를 제작해 나눠줬다.
그는 유치원에서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아들 웨스틴의 동영상을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눈을 심하게 다친 웨스틴이 자주 병원에서 검사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던 브룩스는 "사고 후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 KIA 팬들의 사랑에 빚을 져 한국으로 돌아가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브룩스는 아들의 쾌유를 응원하고 가족을 위로해 준 KIA 팬들의 사랑에 감동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아니더라도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복귀했다고 '의리'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