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 넘긴 쌍용차, 산 넘어 산…고임금 구조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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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AH, 고임금 구조에 부담 느껴 투자 주저쌍용자동차의 P플랜(사전회생계획)이 '산 넘어 산' 형국이다. 인도중앙은행이 대주주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 감자를 승인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자사의 고임금·고비용 구조 앞에서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HAAH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맞게 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車업계 "안이하다. 뼈를 깎는 노력해야"
투자 무산시 법정관리 불가피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에 오는 20일까지 투자 의향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투자가 결정되면 쌍용차의 P플랜 가동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이 예상보다 미뤄지는 분위기다.지난 9일 쌍용차는 인도중앙은행의 감자 승인으로 P플랜 돌입을 위한 큰 고비는 일단 넘겼다. 투자가 유치될 경우 산업은행의 투자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호재다. 이에 쌍용차는 HAAH와의 협상을 조속히 매듭 짓고 이달 말까지 P플랜 신청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희망과 같이 계획이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HAAH가 예상보다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최근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3700억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공익채권은 HAAH에 가장 큰 부담 요소다. 당초 약속한 투자액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훨씬 웃도는 부채 규모이기 때문이다. HAAH가 산업은행에 25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의 유일한 유동성 창출 수단인 생산도 위태롭다. 쌍용차는 대금 미지급을 우려한 협력업체들이 부품 공급을 거부하면서 지난달 사흘을 제외하고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적자폭도 확대돼 쌍용차의 순손실 규모는 당초 잠정공시했던 4785억원에서 258억원 더 늘었다. 자본잠식률도 111.8%로 악화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HAAH가 투자를 주저하는 진짜 이유를 쌍용차의 고비용 구조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쌍용차의 누적 매출은 2조620억원이다. 이중 매출원가(생산비용)만 2조330억원에 이른다. 원가율이 무려 98.6%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는 차를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의미다.
고임금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쌍용차 직원 5003명의 평균급여는 8600만원이었다. 이는 기아 직원이 받는 임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 대표 및 노조위원장과 만나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의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할 것을 당부한 이유도 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쌍용차가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 밖에 인력 감축 등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지난 1월 매각 협상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사 합의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기업회생 신청의 여파로 과거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해 5월에서야 마지막 복직자가 복귀한 상황인 만큼 쌍용차 노조에서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HAAH가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다. 그러나 투자 무산으로 P플랜이 불발되면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우선 P플랜을 위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가 지속하는 한 법정관리 개시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마냥 기다리기에는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며 "조만간 법정관리로 기나긴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HAAH가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마친 시점을 투자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현재 자금을 투입하기 보다는 법정관리를 통해 부채가 줄어들면 그 때가서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관측이다. 앞서 마힌드라도 법정관리를 거친 쌍용차를 2011년 인수했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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