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연기 장인·연출 장인이 불어넣은 온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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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신작 '자산어보'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를 통해 흑백의 미학을 선보인다. 설경구와 변요한, 이정은의 연기는 무채색 스크린에 생동감을 더했다.'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떠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는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은 그동안 '사도', '동주', '박열' 등 역사적 사건 속 사람에 집중해 이들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들며 현시대까지 관통하는 가치를 찾게했다. '자산어보'에서 이 감독은 역사 속 숨어있던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을 조명했다.
설경구·변요한 멘토-멘티 호흡
이정은은 절친 설경구와 깔끔한 로맨스도
'자산어보'는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인 정약전이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며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기 위해 창대에게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약전과의 만남을 통해 창대는 식견을 넓히고 성장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표현된다. 서로 다른 신분,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벗이 되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자산어보'는 이 감독의 전작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색채는 덜어내고, 담백하게 흑백으로 담아 인물의 감정, 표정을 정직하게 그려내며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영상으로 깊은 몰입감을 전한다.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자산어보' 언론시사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동주'는 활짝 웃는 장면이 많지 않지만 청춘의 싱싱함을 그렸다. '자산어보'는 어둠보다 밝음, 흑보다는 백이 많이 차지한 작품이다. 흑백이지만 더 많은 색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야 했기에 고민도 많았다. 이 감독은 "창대라는 역할은 기록이 많이 없어서 배경을 허구로 만들고, 고증을 거치며 적절하게 짰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창작물"이라 강조하며 "정약전과 정약용의 대림이 아닌 '차이'를 말하는 작품이다. 개인주의의 현대성을 찾으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 작품은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의 첫 사극이기도 하다. '해운대', '감시자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등 장르 불문 압도적 열연을 펼쳐왔던 그가 정약전을 연기했다.
설경구는 "실존 인물을 배역으로 맡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약전에 대해 공부하기보다는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사극이 처음이라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준익 감독이 잘 어울린다고 용기를 주셔서 믿고 했다"고 밝혔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변요한은 정약전과 만나 지식을 나누며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창대를 연기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 서문에 한줄 적혀있는 창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변요한은 자신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며 쑥스러워 했다. 그는 "흑백 영화는 처음 촬영했다. 부족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촬영 전 흑산도를 방문했다고 귀띔했다.그는 "배를 타는 장면은 세트장이었다. 영화 속 정약전을 뵈러 갈 때의 창대의 마음과 흑산도 갈 때 내 마음이 쓸쓸한 것 같더라"라고 했다. 또 "이정은과 홍어 해체하는 것 등 생물 만지는 교육도 받았다"며 어부 연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의 이정은이 정약전을 챙기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캐릭터에 대해 "섬 주민을 대표해 유배를 온 정약전에게 정을 주는 든든한 마음 지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설경구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이다. 정약용과 가거댁의 로맨스에 대해 "설경구가 제대하고 학교를 같이 다녔다. 너무 친해서 어떤 장면이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그러면서 "로맨스 연기를 하게될 줄은 몰랐는데 오붓이 앉아 기대는 장면 등 도전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이준익 감독의 디렉션도 받고 스스럼 없이 기댈 수 있어 편했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설경구는 이에 대해 "담백하고 깔끔한 로맨스"라고 평가했다. '자산어보'에는 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얼굴을 비췄다. 창대 소꿉친구 복례엔 민도희가 흑산도 주민 풍헌 역은 차순배, 정약용 수제자 이강회 역은 강기영이 연기했다. 또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우진, 최원영 등 배우들이 우정 출연해 영화를 빛냈다.
이준익 감독은 유명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에 대해 설경구가 큰 힘을 실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소재가 상업적이지 않아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익숙한 배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줘봐요' 해서 줬는데 한 명도 거절하지 않았더라. 돋보이지 않는 역임에도 우정 출연한 배우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인사했다.
설경구는 "섬 안에서 배우들과 똘똘 뭉쳐 촬영했다. 변요한과 촬영이 있건 없건 이정은이 해주는 밥을 얻어먹고 잘 놀았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정말 사랑하는 선배인데 더 사랑하게 됐다"면서 "여러가지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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