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1억 떨어져도 보유세 더 낸다…반포 아리팍 220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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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아파트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올해보다 10~20% 급증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아파트는 올해와 집값이 동일한데도 내년에 새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돼 보유세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이 5% 안팎 떨어져도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내년 3%P 가까이 올라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00%로
집값 안올라도 종부세 대상 편입
중계동 롯데우성 보유세 10%↑
은퇴자 중심 조세저항 커질 듯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상향 조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08% 급등하면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내년 이후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18일 하나은행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내년 보유세 예상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집값 안 올랐는데 종부세 대상 될 수도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일제히 높아진다. 정부는 올해 9억~15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평균 약 72.2%로 잡았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내년 75.1%, 2023년 78.1% 등으로 매년 높아진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95%에서 내년 100%로 오른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동일하거나 낮아져도 종부세를 더 낼 수 있다.하나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정책 변화로 서울 중계동 롯데우성(전용면적 115.26㎡)은 내년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은 약 10%(30만원가량)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는 최근 발표된 공시가격 8억9800만원을 기준으로 종부세는 내지 않고 올해 재산세 258만4560원만 보유세로 낸다. 공시가격이 1가구 1주택 종부세 공제 범위인 9억원을 밑돌기 때문이다.하지만 내년엔 현실화율이 75.1%로 높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 아파트는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이 9억3400만원으로 뛰면서 새롭게 종부세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 보유세도 종부세 약 15만원을 포함해 약 286만5842원으로 늘어난다.
‘아리팍’ 1억원 내려도 세금은 늘어
고가 아파트의 세금 증가폭은 더 커진다. 아파트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10~20% 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집값 하락에도 보유세를 더 내게 되는 기현상이 서울 전역에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올해 총 2091만4560원을 보유세로 내게 되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97㎡)는 내년 집값이 1억원 떨어지더라도 보유세를 100만원 이상 더 내야 한다. 재산세는 거의 같지만 종부세 부담이 1296만5760원에서 1414만800원으로 올라서다. 그 결과 보유세 부담이 2208만9600원으로 100만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시세가 28억1200만원으로 5.8% 떨어지는 경우에도 보유세 부담은 올해와 같은 2090만원 선으로 추산된다.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는 집값이 약 8000만원 떨어질 경우 보유세가 올해 1908만8280원에서 2018만5800원으로 100만원 넘게 오른다. 서울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59㎡)는 집값이 17억5000만원에서 16억8000만원 선으로 하락해도 보유세가 553만9752원에서 566만1720원으로 높아진다.
다만 실제 부과되는 보유세는 이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모든 공동주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직전 연도 세 부담 상한 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득이 없는 은퇴자를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그 부담은 국민이 지고 있다”며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세금이 오르는 것은 조세법령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