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문화 정착 위해선 세제혜택 등 과감한 지원 필요"
입력
수정
지면A26
한경 주최 - 자본시장 활성화 위한 정책 대담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라고도 한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갇혀 있던 자금이 대거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공매도 재개는 '거래의 자유'에 초점 맞춰 논의해야
지금은 투자은행 시대…자유로운 투자활동 지원을
부동산→기업 '머니무브' 위해 간접투자상품 활성화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디폴트옵션' 도입 필수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자본시장 제도와 정책이 머니 무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매도 논란과 사모펀드 사태는 대표적인 예다. 한국경제신문은 18일 국회 내 자본시장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자인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부동산과 예금에 쏠린 시중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옮겨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는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맡았다.▷사회=주식투자 열풍에 시중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현만 부회장=2019년까지 한국 자산시장에는 ‘부동산, 예금, 국내’ 등 3대 쏠림 현상이 있었습니다. 작년 스마트한 개인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면서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주택시장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은 2019년만 해도 34%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엔 46%까지 높아졌습니다. 해외주식 등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 투자도 시작됐습니다.
▷윤창현 의원=코스피지수는 1980년 100포인트로 시작해 1989년 1000선을 돌파했습니다. 10년 만에 열 배가 올랐죠. 하지만 1989년부터 올 초까지 31년여간 1000에서 3000으로 3배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3000을 넘은 것은 대단한 성과지만 앞으로 주식시장에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사회=개인들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공매도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등 정책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김병욱 의원=지난 20대 국회 때 보니 정치권은 자본시장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본시장 관련 정책 마련과 입법에 더 큰 힘을 쏟았습니다. 증권거래세를 23년 만에 처음으로 낮추고,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범위 확대도 유예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도입과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많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윤 의원=공매도 등 논의 과정에서 ‘거래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큰 틀에서 투자자와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빠져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최 부회장=과거 개발경제 시절엔 현재의 시중은행인 상업은행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지금은 투자은행(IB) 시대입니다. 공매도든 퇴직연금이든 IB가 자유롭게 놀도록 좀 맡겨줬으면 좋겠어요. 증권업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경제에 한국 자본시장이 대처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정책에 목말라 있습니다.
▷사회=개인들의 투자 행태가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직접투자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의원=개별 종목에 대부분 투자금을 넣는 ‘몰빵’형 투자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투자수익이 나면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 등으로 옮겨야 장기투자가 가능하죠. 시중자금이 부동산에서 빠져나와 주식시장을 거쳐 기업으로 향하는 머니 무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간접투자 상품 위주로 장기투자를 활성화하는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김 의원=그런 취지에서 작년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ISA를 통해 주식과 채권에 2년 이상 투자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자는 내용입니다. 이런 중장기 상품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은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최 부회장=영국의 ISA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0~2017년 자녀의 미래자산 형성 지원, 주택 구입자금 마련 등 6개 유형의 ISA 계좌가 나왔는데요. 우리도 ‘내집 마련 ISA’나 ‘결혼·출산 ISA’, ‘우리아이 ISA’ 등 중장기 목돈을 마련해주는 목적달성형 ISA에 과감히 세제 지원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사회=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 의원=부동산 가격을 무조건 떨어뜨리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큰 틀에서 연결해 보는 시각이 필요하죠. 가령 어떤 펀드에서 주택을 개인들로부터 대량으로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과 비슷한 개념인데요. 가계 부문에서 부동산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는 하락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자본시장에서 결성된 펀드가 주택을 매입하는 걸 문제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회=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제도 개선 논의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김 의원=퇴직연금 수익률이 최근 5년간 연 2% 정도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연 6%가 넘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상품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디폴트옵션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또 여러 퇴직연금 자금을 한데 모아 전략적으로 자산운용을 가능케 하는 기금형 도입도 필요합니다. 현재 디폴트옵션 도입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큰 이견이 없어 올 상반기 통과될 것으로 봅니다.
정리=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