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차버린 野 단일화 협상…3자구도 스멀

벼랑 끝 대치에 1차 시한 넘겨…지지층 이탈 우려도

국민의힘 오세훈·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1차 시한'을 넘기면서 서울 탈환을 염원하는 야권에 비상이 걸렸다.양측은 선관위가 재보선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오는 29일 전까지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지만,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한 조기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두 후보의 원만한 합의와 단일화의 컨벤션 효과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어그러진 것이다.

후보 등록이 시작돼 당적 변경이나 이탈이 불가능해진 만큼 안 후보가 나중에 단일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기호 2번으로 출마할 길도 막힌 상태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누구로 단일화하더라도 야권이 낙승한다는 조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되면서, 양측 모두 양보의 여지가 줄어든 것이 협상 교착의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로 유불리를 따지는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지지층의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권 단일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오 후보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할 때까지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후보 등록해놓고 협상을 계속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벼랑 끝 대치로 마지노선을 넘겨버린 양측이 언제 다시 실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지조차 미지수다.

실무 협상 대표인 국민의힘 정양석·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오후 들어 한 차례 더 만났지만, "각 당 원칙이 확인된 마당에 후보 간 만남은 실효적이지 않다"며 싸늘하게 갈라섰다.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이 고조될 대로 고조돼 냉각기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당분간 협상 재개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SNS를 통해 "매번 후보와 당의 입장이 다르면 협상이 진척될 리 없다"며 단일화 합의 실패의 책임을 오 후보에게 돌렸다.

이에 오 후보는 토론회에서 국민의당을 안 후보의 '사당'(私黨)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달리 '공당'(公黨)이어서 후보와 당의 입장 조율이 불가피하다는 날 선 반박이었다.

이런 양상이 이어진다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3자 구도'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의 피로가 누적될 경우 여야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밀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지만, 양측은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3자 구도는 없다"면서도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 시한을 두지 않고 안 후보를 계속 몰아붙일 것"이라며 "그게 김 위원장이 천명한 협상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