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주민 피난계획 미비 원전 '재가동 금지' 첫 판결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탈(脫)원전 여론이 강해진 일본에서 유사시의 주민 피난 계획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불허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지방재판소는 전날 지역주민과 도쿄 거주자 등 224명이 도카이(東海) 제2원전을 운영하는 일본원자력발전(일본원전)을 상대로 재가동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의 1심 판결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전 자체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자체가 책정하는 지역주민 피난 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측 청구를 받아들였다.

일본 법원이 주민 피난 계획이 부실한 점을 내세워 원전 재가동 금지를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전체 원전을 멈추게 한 뒤 새롭게 마련한 안전대책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재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새 안전 대책은 원전 주변의 30㎞ 이내에 있는 시초손(市町村) 단위의 지자체에 광역 차원의 피난 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있는 도카이(東海) 제2원전은 주변 30㎞권의 지자체가 14곳으로, 약 94만 명이 거주해 일본 내 원전 가운데 주변 인구가 가장 많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14개 시초손 가운데 9곳의 피난 계획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피난 계획을 세운 다른 5곳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도로 단절 등을 상정한 대비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재가동 금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본원전은 방재훈련 등을 통해 관계기관과 피난 계획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1978년 11월 영업운전을 시작한 도카이 제2원전은 일본 수도권에 있는 유일한 원전으로, 동일본대지진 당시 냉각장치 고장에 따른 노심 용융으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비등수형 경수로다.

일본원전은 동일본대지진 때 가동이 자동 중단된 이 원전의 안전 대책 공사 등을 마무리하고 내년 말 이후 재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었지만 이번 1심 판결로 재가동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영향으로 탈원전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교도통신이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970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최근 벌인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원전의 장래를 묻는 항목에서 68%가 '단계적으로 줄여 제로화(전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당장 전폐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8%를 기록해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脫)원전 정책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전폐를 바라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60%가 후쿠시마 제1원전 같은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는 점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