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 명령 철회…"검사 권고"

비판 여론 거세지고 인권위가 성명 내자 정부가 철회 요청
외국인노동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한 조치에 당사자들의 항의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시가 결국 행정명령을 철회했다.서울시는 "지난 17일 발령한 외국인노동자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이날 해당 행정명령에 대한 철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대신에 3밀(밀접·밀집·밀폐) 근무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달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고 덧붙였다.시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해당 행정명령에 관한 방침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건강, 그 집단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음을 다시 말씀드린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항의가 잇따르고 국가인권위원회마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자 정부 차원에서 논란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당 조치를 철회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외국인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조치는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로 처음 공개됐다.

당시 중대본은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감염에 취약한 외국인노동자와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면서 이러한 행정명령이 내려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다음 날 서울시가 이 행정명령을 이달 31일까지 2주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외국인노동자는 등록 또는 미등록을 불문하고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17일 4천139명, 18일 6천434명의 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확진자가 6명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그러나 행정명령 발동 이후 국내외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는 전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이런 조치가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이 문제를 긴급 사안으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고, 사회통합과 연대·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을 의사소통 통로에 적극 포함해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참고자료를 내 "서울시가 발령한 외국인 노동자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조속히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관련해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나 인권적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철회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