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도 '고속성장'…팹리스~파운드리 생태계 구축 시급

자율주행 시대 맞아 수요 급증
수입 의존 땐 '큰코' 다칠 수도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차량 전장화 추세에 따라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 확대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지난 17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중국 일부 지역과 미국 공장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거나 생산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2분기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GM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달 말까지 모든 쉐보레 카마로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 한국GM도 인천 부평2공장의 감산을 4월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코로나19로 관련 업체의 증설이 지연된 영향이다. 기존 라인도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제품용 반도체를 생산하느라 예약이 모두 차 있다.

세계 반도체 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4393억달러(약 497조원)로 집계됐다. 이 중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체 시장의 약 10%인 450억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매년 7% 성장해 2026년 676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에 차량용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는 일반 자동차의 두세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하다. NXP(점유율 21%·이하 IHS마킷 기준), 인피니언(19%),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5%), 텍사스인스트루먼트(14%) 등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규제로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이 곤욕을 치른 전례가 자동차업계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가 마진이 박한 분야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처럼 비싸게 팔리는 제품도 적지 않다”며 “차량용 반도체 시대를 준비할 펩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