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아진 'HUG 분양가'…대형 재개발 '당혹'

수도권·지방 주택공급 차질

분양가 합리적으로 바꾼다더니
인근 노후 아파트와 가격 비교
주변 시세 85~90%에 '발목'

인천·부산지역 예상액 밑돌아
"협의결과 따라 후분양도 불사"
사진=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며 최근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선했다. 분양가가 터무니없어 정비사업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제도 개선 후 상당수 재개발 사업장의 분양가가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5~90%를 넘지 못하도록 정한 상한선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변에 노후 단지가 많은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양가, 주변 노후단지 시세 못 넘어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한 재개발구역은 HUG의 바뀐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3.3㎡당 1250만원 수준에서 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추산됐다. 당초 조합이 예상한 분양가 대비 550만원이나 낮은 수준이다.

HUG는 지난달 22일부터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전면 개편해 시행 중이다. ‘깜깜이 심사’ ‘과도한 가격통제’ 등 지적이 끊이지 않은 데다 주택공급 활성화 필요성 등이 커진 상황을 감안했다. 비교 사업장(반경 1㎞)을 분양 사업장, 준공 사업장 한 곳씩 총 두 곳을 선정하고 시세변동률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로 했다. 심사 기준도 공개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이 구역은 지난해 6월 인근에서 분양한 A단지가 분양기준 비교 사업장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A단지는 당시 3.3㎡당 1670만원에 분양했다. 분양업계에선 그동안 시세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1800만원대에 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이 상한선으로 작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인근(반경 500m 이내)에 입주한 지 시간이 꽤 지난 단지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인근 지역 20년 이하 단지들의 시세를 가중평균하면 1250만원 수준”이라며 “관리처분 분양가 1590만원을 한참 밑돌아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인천의 다른 한 사업장도 주변 시세 상한선에 걸려 3.3㎡당 분양가가 바로 옆단지 분양가보다 300만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초 이달 분양을 예정했던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래미안 포레스티지) 등이 대표적이다. 조합 측은 2000만원대 초반까지 분양가를 예상했지만 시세 상한 기준 때문에 1000만원대 중후반까지 분양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단지 역시 인근에 소규모 구축이 많다.조합들은 모두 협의 결과에 따라 후분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단지에서 공급되는 물량만 총가구 기준 6000가구에 달한다.

분양가심사 여전히 ‘깜깜이’

HUG의 분양보증은 전국 주요 지역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도권 일부와 부산, 대구 등 지방광역시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거쳐 분양가가 정해진다. 서울과 경기 과천, 광명, 하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HUG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 제도는 심사 기준이 불투명하고 예측가능성도 떨어져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동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등은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분양가격이 정해져 1년 넘게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나온 개선안이 오히려 분양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자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100만원만 내려가도 수백억원을 손해볼 수 있다”며 “주변에 노후 단지가 많은 재개발 사업장 상당수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는 시세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합리적으로 조정해 사용하는 등 공급 유인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일부 조정과 보완을 해준다고 해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규정에 따른 것이라 사업자가 예측하기 어려워 논란이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