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딜 리뷰-드디어 매물로 나온 한온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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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 전해 드리는 딜리뷰 코너입니다.
1.'10조 대어' 한온시스템, 매물로 나왔다옛 한라비스테온공조,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몇 년간 연초마다 '올해의 최대 M&A 매물'로 꼽혀 온 회사죠(올 초에 쓴 기사 여기).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각각 지분 50.5%와 19.49%를 가지고 있는 상장사입니다. 국내 2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가장 큰 한온시스템을 팔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이 회사 EBITDA가 8470억원입니다. 전에는 10조원이라고 하면 "에이 그 정도는..." 했는데, 쿠팡이 한때 증시에서 '100조'를 찍어준 뒤로 다들 눈높이가 스윽 올라가서 이제 뭐 10조래도 그렇게 놀라는 눈치들도 아닙니다. 다만 10조원이 뭐가 10조원인가는 좀 봐야 합니다. 19일 종가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이 9.2조원이니,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 보유한 약 70% 지분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6.4조원 정도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약 7.5조~8조원은 받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2.8조원을 들여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 50.5%를 샀습니다. 그리고 마그나인터내셔날의 유압제어 사업부를 12.3억달러(약 1.4조원)를 들여 추가로 사는 '볼트온' 전략(볼트온 전략 설명은 여기)을 써서 가치를 더 높였지요. 그러나 누가 사갈까요? 모든 딜이 그렇지만 이렇게 큰 딜일수록 인수 후보는 제한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나, 자동차 전장분야에 관심이 있는 IT 기업들이 일단 후보로 꼽힙니다. 국내에선 LG그룹이 들여다 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만도그룹은 사가고 싶은데 자금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분쟁 중인 한국타이어 측이 한앤컴퍼니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회자되는데 역시 자금력이 이슈입니다. 글로벌 PEF들이 한앤컴퍼니처럼 들어올 수도 있는데, 추후 엑싯 가능성을 고려하면 역시 SI와 손잡는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쿠팡 vs 反쿠팡연합 ...네이버-신세계 지분교환
쿠팡 발 빅뱅이 완전히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제 쿠팡 대 반 쿠팡의 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네이버와 신세계(이마트)가 지분을 교환하며 '피로 맺은 형제'가 되었습니다. 16일 네이버와 이마트가 주식을 교환하기로 각각 이사회를 열어 결의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1500억원 규모 이마트 자사주(82만4176주, 2.96%)와 신세계 보유 신세계 보유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원어치(48만8998주, 6.85%)를 네이버 주식(이마트의 경우 네이버 38만9106주(0.24%))과 바꾸기로 했습니다. 서로 간에 우선매수권 콜옵션과 풋옵션을 각 보유한다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명백한 사유를 공시에 적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입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과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몸값 100조원 달성으로 인한 충격이 그만큼 여파가 컸습니다. 한 IB 분은 "쿠팡의 뉴욕 상장 성공이 인사이트를 준 게 진짜 많다"고 표현하더군요. '그게 돼? 정말 돼?' 하는 그 무수한 질문들에 "된다!"는 답을 준 것이니까요. 적자를 내도 돼, 한국에서만 사업해도 돼, 한국에서 주력사업을 하는데 미국에 상장해도 돼, 시장이 이미 포화를 우려한다 해도 돼, 그런 것 말입니다. 지금까지 실패할 가능성을 더 고려해야 했던 수많은 딜의 길을 열어줬죠.
그러나 이런 성공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는 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를 보면서 놀란 대목 중 하나는 네이버 이용자 수가 5400만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5100만명이거든요. 중복이라거나 외국인 이용자들까지 포함해서 그렇겠지만 참 대단합니다. 신세계그룹의 이용자 수도 2000만명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쿠팡에 이렇게 긴장하다니 그것도 대단하고요.
이마트가 이걸로 네이버 우산 아래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SSG닷컴 하루 온라인 주문 처리량(79000건)이 쿠팡(330만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죠. 지금까지 네이버 장보기에 들어가지 않고 독립 투쟁을 하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시각입니다. 쿠팡의 영향으로 덩달아 마켓컬리 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다른 점'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만, 그래도 마켓컬리의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예진 기자의 마켓컬리 첩첩산중 기사) 오아시스마켓도 같은 날 150억원 투자금을 추가 유치해서 315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3.막 오른 이베이코리아 쟁탈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지난 16일 시작되었는데, SK텔레콤이 깜짝 등장하여 전의를 불태우는 중입니다. 11번가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SKT와 이베이 간의 화학적 결합이 어떨까? 음... 롯데그룹과 이베이의 결합도 거론은 됩니다만, 잘 상상은 되지 않습니다.
이마트는 16일 네이버와 지분교환도 발표하고 이 딜에도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홈플러스를 가지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뛰어들었습니다. MBK파트너스로서는 홈플러스에 '플러스알파'를 더해서 매각을 해야 하니 이베이가 적당한 짝지로 보일 것입니다. SKT는 이날 MBK파트너스와 손잡을 수 있다면서 러브콜을 흘렸습니다. MBK가 받을지(혹은 받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베이가 GAAP 기반 회계하고 자체 회계하고 두 장부를 내놔서 실사는 꽤 까다로울 듯 합니다.
비교적 찰떡궁합일 것 같았던 카카오는 정작 안 들어왔습니다. 마감 후에야 알려져서 이날 기사 중에 일부는 카카오가 들어왔다고 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혼선이 좀 있었지요. 카카오 내부에서 하자, 말자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일날까지도 서로 날선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4.요기요 티저레터 발송..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
이베이코리아 때문에 주목을 덜 받았습니다만 지난 주 화제의 딜이 막이 올랐습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한꺼번에 갖게 된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각 명령을 받은 때문에 팔게 된 '요기요' 얘기입니다. 6월말까지 팔아야 합니다.
요기요가 그러면 실적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19년엔 매출이 2300억원, EBITDA는 600억원 가량 적자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에는 매출은 3530억원으로 늘고 EBITDA는 47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티저레터에 기록된 '공식' 수치입니다. 매출은 50%(1500억원) 늘고, EBITDA는 1000억원 늘어난 셈입니다. 배달앱은 적자 아녔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코로나19 효과인지 혹은 매각을 앞두고 멋지게 꾸민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인수후보들마다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중 '좀 더 낫다'고 하는 딜들이 서로 다르더군요. 어떤 후보는 "한 사람의 고객이 쓸 수 있는 돈을 객단가라고 한다면, 배달음식을 10만원씩 시켜먹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이베이가 업사이드가 더 있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후보는 "아니다. 요기요는 그래도 지금 시장점유율 20%를 먹고 들어가는데, 이베이는 가격 대비해서 별로 매력이 없다"고 하고요.
요기요 가격은 처음에는 2조원이 거론되었으나, 시한이 정해진 딜의 불리함이 있죠. 1조원까지 몸값이 떨어지면 고려해 보겠다는 인수 후보들이 많아서 양측의 밀당이 꽤 볼만할 것 같습니다.
5.SK가 플러그파워 지분 절반 유동화하는 이유는
SK(주)가 미국 수소지게차 등을 만드는 회사 플러그파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Grove Energy Capital 지분 49%를 팝니다. 아니 산다는 기사 나온 거 본지 얼마 안되지 않았나? 맞습니다. 1월 초에 샀죠. "그런데 사자마자 가격이 올랐다며 지분 절반을 유동화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SK그룹이 PEF라도 되었단 말이요?" 이런 반응들이 있습니다.
물론 해당 SPC의 경영권은 여전히 SK그룹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SI라기보다는 꼭 FI같은 행동이지요. 사실은 SK그룹은 처음부터 이런 구조(SPC를 만들고 그 절반은 유동화하여 지배지분만 갖는다)는 구상을 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조금 늦어진 셈인데, 그 사이에 플러그파워 지분가격이 (감사하게도) 급등하였다는 후문입니다. 주당 29불에 사서 한때는 65불도 갔는데 도로 떨어져서, FI한테 지분 팔 때 무슨 가격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약간 실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왜 이렇게 하는가에 관하여 저희 산업부에서 잘 정리한 기사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입니다.
6.CJ, 뚜레쥬르 매각 무산
CJ그룹이 팔던 빵집 뚜레쥬르의 매각이 무산됐습니다. 칼라일이 산다더니 어째 서로 조건이 안 맞았는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인수 조건 중에서도 특별손해배상을 얼마나 해줄지 그런 것을 가지고 밀당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뚜레쥬르를 팔지 않을 수는 없고, 누가 사갈까요? 당분간 한 텀 쉬었다가 다시 진행할지, 아니면 바로 어떤 새로운 인수 후보가 등장하여 협상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7.그 외의 여러 딜들
-대우건설 매각이 다시 추진됩니다. 2018년 호반건설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지 3년 만입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한 PEF하고 협상을 해보고 있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오니 곧바로 KDB인베가 부인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김이 좀 빠졌습니다. 그러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요 기자양반? 소리가 들리는데,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1.8조원이라는 구체적인 몸값도 거론되었으니까요. 다만 KDB인베는 보도자료에 나온 대로 '수의계약'으로 대우건설을 팔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겠지요. 산은이 가지고 있던 구조조정 매물인 만큼 공개경쟁입찰을 형식적으로라도 거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PEF의 타진이 KDB인베의 결정을 촉진할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반려동물 택시 국내 1위 브랜드 '펫미업'을 인수했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에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태울 수 있는 서비스 '펫 택시'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가 PEF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에서 4000억원 투자를 받습니다. 원래는 3000억원 받으려고 했는데 두 회사가 '저요, 저요!' 하면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던지자 '반반 해서 2000억원씩 모두 4000억원 합시다'로 타결되었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신규 브랜드 '우티(우버 + 티맵 😉)'를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국내 차 업계 강소기업인 '티젠' 매각이 시작됩니다. TS인베스트먼트하고 IBK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사지요. 삼일회계법인이 매각을 주관합니다.
-프랙시스캐피탈(오늘 PEF썰전 쓰신 라민상 대표님이 이끄시는!)이 밀키트 분야 선두 업체 프레시지 경영권 인수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지는 2018년 매출액 218억, 2019년 712억원, 2020년 약 1500억원 등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코로나19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죠.
-LM 가이드라는 '직선운동'을 돕는 부품이 있습니다. 이걸 만드는 회사 원에스티가 노앤파트너스라는 토종 PEF에 인수되었습니다. 산은 출신 노광근 대표가 하는 노앤파트너스는 소부장 분야에서 아주 알토란 같은 딜을 많이 하는 펀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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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신문사 편집국에는 여러 부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서 간의 벽을 흔드는 일이 자꾸 발생합니다. 연초부터 등장한 여러 딜들은 IT부, 생활경제부(유통부), 저희 마켓인사이트부(IB부), 산업부 등에 두루 걸쳐 있습니다. 그런 silo의 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감하고 있습니다. 누가 물먹은(낙종한) 건지 책임을 묻기 불분명한 딜이 많아졌어요. 특종기사도 한 부서 기자의 힘 만으로 되지 않고, 2~3개 부서가 공조해서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이 변화에 우리는 제대로 적응하고 있을까요?덧 2. 올 들어 주요 딜을 모두 모건스탠리가 담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베이코리아(골드만과 공동주관) 매각, 요기요 매각, 잡코리아 매각, 하이퍼커넥트 매각까지 완전 물이 올랐습니다. 올 연말 리그테이블에서 아주 화려한 실적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조상욱 대표님 어깨가 으쓱하실 듯.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10조 대어' 한온시스템, 매물로 나왔다옛 한라비스테온공조,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몇 년간 연초마다 '올해의 최대 M&A 매물'로 꼽혀 온 회사죠(올 초에 쓴 기사 여기).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각각 지분 50.5%와 19.49%를 가지고 있는 상장사입니다. 국내 2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가장 큰 한온시스템을 팔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이 회사 EBITDA가 8470억원입니다. 전에는 10조원이라고 하면 "에이 그 정도는..." 했는데, 쿠팡이 한때 증시에서 '100조'를 찍어준 뒤로 다들 눈높이가 스윽 올라가서 이제 뭐 10조래도 그렇게 놀라는 눈치들도 아닙니다. 다만 10조원이 뭐가 10조원인가는 좀 봐야 합니다. 19일 종가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이 9.2조원이니,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 보유한 약 70% 지분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6.4조원 정도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약 7.5조~8조원은 받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2.8조원을 들여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 50.5%를 샀습니다. 그리고 마그나인터내셔날의 유압제어 사업부를 12.3억달러(약 1.4조원)를 들여 추가로 사는 '볼트온' 전략(볼트온 전략 설명은 여기)을 써서 가치를 더 높였지요. 그러나 누가 사갈까요? 모든 딜이 그렇지만 이렇게 큰 딜일수록 인수 후보는 제한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나, 자동차 전장분야에 관심이 있는 IT 기업들이 일단 후보로 꼽힙니다. 국내에선 LG그룹이 들여다 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만도그룹은 사가고 싶은데 자금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분쟁 중인 한국타이어 측이 한앤컴퍼니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회자되는데 역시 자금력이 이슈입니다. 글로벌 PEF들이 한앤컴퍼니처럼 들어올 수도 있는데, 추후 엑싯 가능성을 고려하면 역시 SI와 손잡는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쿠팡 vs 反쿠팡연합 ...네이버-신세계 지분교환
쿠팡 발 빅뱅이 완전히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제 쿠팡 대 반 쿠팡의 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네이버와 신세계(이마트)가 지분을 교환하며 '피로 맺은 형제'가 되었습니다. 16일 네이버와 이마트가 주식을 교환하기로 각각 이사회를 열어 결의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1500억원 규모 이마트 자사주(82만4176주, 2.96%)와 신세계 보유 신세계 보유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원어치(48만8998주, 6.85%)를 네이버 주식(이마트의 경우 네이버 38만9106주(0.24%))과 바꾸기로 했습니다. 서로 간에 우선매수권 콜옵션과 풋옵션을 각 보유한다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명백한 사유를 공시에 적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입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과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몸값 100조원 달성으로 인한 충격이 그만큼 여파가 컸습니다. 한 IB 분은 "쿠팡의 뉴욕 상장 성공이 인사이트를 준 게 진짜 많다"고 표현하더군요. '그게 돼? 정말 돼?' 하는 그 무수한 질문들에 "된다!"는 답을 준 것이니까요. 적자를 내도 돼, 한국에서만 사업해도 돼, 한국에서 주력사업을 하는데 미국에 상장해도 돼, 시장이 이미 포화를 우려한다 해도 돼, 그런 것 말입니다. 지금까지 실패할 가능성을 더 고려해야 했던 수많은 딜의 길을 열어줬죠.
그러나 이런 성공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는 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를 보면서 놀란 대목 중 하나는 네이버 이용자 수가 5400만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5100만명이거든요. 중복이라거나 외국인 이용자들까지 포함해서 그렇겠지만 참 대단합니다. 신세계그룹의 이용자 수도 2000만명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쿠팡에 이렇게 긴장하다니 그것도 대단하고요.
이마트가 이걸로 네이버 우산 아래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SSG닷컴 하루 온라인 주문 처리량(79000건)이 쿠팡(330만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죠. 지금까지 네이버 장보기에 들어가지 않고 독립 투쟁을 하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시각입니다. 쿠팡의 영향으로 덩달아 마켓컬리 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다른 점'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만, 그래도 마켓컬리의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예진 기자의 마켓컬리 첩첩산중 기사) 오아시스마켓도 같은 날 150억원 투자금을 추가 유치해서 315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3.막 오른 이베이코리아 쟁탈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지난 16일 시작되었는데, SK텔레콤이 깜짝 등장하여 전의를 불태우는 중입니다. 11번가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SKT와 이베이 간의 화학적 결합이 어떨까? 음... 롯데그룹과 이베이의 결합도 거론은 됩니다만, 잘 상상은 되지 않습니다.
이마트는 16일 네이버와 지분교환도 발표하고 이 딜에도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홈플러스를 가지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뛰어들었습니다. MBK파트너스로서는 홈플러스에 '플러스알파'를 더해서 매각을 해야 하니 이베이가 적당한 짝지로 보일 것입니다. SKT는 이날 MBK파트너스와 손잡을 수 있다면서 러브콜을 흘렸습니다. MBK가 받을지(혹은 받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베이가 GAAP 기반 회계하고 자체 회계하고 두 장부를 내놔서 실사는 꽤 까다로울 듯 합니다.
비교적 찰떡궁합일 것 같았던 카카오는 정작 안 들어왔습니다. 마감 후에야 알려져서 이날 기사 중에 일부는 카카오가 들어왔다고 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혼선이 좀 있었지요. 카카오 내부에서 하자, 말자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일날까지도 서로 날선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4.요기요 티저레터 발송..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
이베이코리아 때문에 주목을 덜 받았습니다만 지난 주 화제의 딜이 막이 올랐습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한꺼번에 갖게 된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각 명령을 받은 때문에 팔게 된 '요기요' 얘기입니다. 6월말까지 팔아야 합니다.
요기요가 그러면 실적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19년엔 매출이 2300억원, EBITDA는 600억원 가량 적자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에는 매출은 3530억원으로 늘고 EBITDA는 47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티저레터에 기록된 '공식' 수치입니다. 매출은 50%(1500억원) 늘고, EBITDA는 1000억원 늘어난 셈입니다. 배달앱은 적자 아녔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코로나19 효과인지 혹은 매각을 앞두고 멋지게 꾸민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인수후보들마다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중 '좀 더 낫다'고 하는 딜들이 서로 다르더군요. 어떤 후보는 "한 사람의 고객이 쓸 수 있는 돈을 객단가라고 한다면, 배달음식을 10만원씩 시켜먹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이베이가 업사이드가 더 있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후보는 "아니다. 요기요는 그래도 지금 시장점유율 20%를 먹고 들어가는데, 이베이는 가격 대비해서 별로 매력이 없다"고 하고요.
요기요 가격은 처음에는 2조원이 거론되었으나, 시한이 정해진 딜의 불리함이 있죠. 1조원까지 몸값이 떨어지면 고려해 보겠다는 인수 후보들이 많아서 양측의 밀당이 꽤 볼만할 것 같습니다.
5.SK가 플러그파워 지분 절반 유동화하는 이유는
SK(주)가 미국 수소지게차 등을 만드는 회사 플러그파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Grove Energy Capital 지분 49%를 팝니다. 아니 산다는 기사 나온 거 본지 얼마 안되지 않았나? 맞습니다. 1월 초에 샀죠. "그런데 사자마자 가격이 올랐다며 지분 절반을 유동화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SK그룹이 PEF라도 되었단 말이요?" 이런 반응들이 있습니다.
물론 해당 SPC의 경영권은 여전히 SK그룹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SI라기보다는 꼭 FI같은 행동이지요. 사실은 SK그룹은 처음부터 이런 구조(SPC를 만들고 그 절반은 유동화하여 지배지분만 갖는다)는 구상을 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조금 늦어진 셈인데, 그 사이에 플러그파워 지분가격이 (감사하게도) 급등하였다는 후문입니다. 주당 29불에 사서 한때는 65불도 갔는데 도로 떨어져서, FI한테 지분 팔 때 무슨 가격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약간 실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왜 이렇게 하는가에 관하여 저희 산업부에서 잘 정리한 기사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입니다.
6.CJ, 뚜레쥬르 매각 무산
CJ그룹이 팔던 빵집 뚜레쥬르의 매각이 무산됐습니다. 칼라일이 산다더니 어째 서로 조건이 안 맞았는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인수 조건 중에서도 특별손해배상을 얼마나 해줄지 그런 것을 가지고 밀당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뚜레쥬르를 팔지 않을 수는 없고, 누가 사갈까요? 당분간 한 텀 쉬었다가 다시 진행할지, 아니면 바로 어떤 새로운 인수 후보가 등장하여 협상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7.그 외의 여러 딜들
-대우건설 매각이 다시 추진됩니다. 2018년 호반건설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지 3년 만입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한 PEF하고 협상을 해보고 있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오니 곧바로 KDB인베가 부인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김이 좀 빠졌습니다. 그러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요 기자양반? 소리가 들리는데,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1.8조원이라는 구체적인 몸값도 거론되었으니까요. 다만 KDB인베는 보도자료에 나온 대로 '수의계약'으로 대우건설을 팔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겠지요. 산은이 가지고 있던 구조조정 매물인 만큼 공개경쟁입찰을 형식적으로라도 거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PEF의 타진이 KDB인베의 결정을 촉진할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반려동물 택시 국내 1위 브랜드 '펫미업'을 인수했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에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태울 수 있는 서비스 '펫 택시'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가 PEF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에서 4000억원 투자를 받습니다. 원래는 3000억원 받으려고 했는데 두 회사가 '저요, 저요!' 하면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던지자 '반반 해서 2000억원씩 모두 4000억원 합시다'로 타결되었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신규 브랜드 '우티(우버 + 티맵 😉)'를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국내 차 업계 강소기업인 '티젠' 매각이 시작됩니다. TS인베스트먼트하고 IBK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사지요. 삼일회계법인이 매각을 주관합니다.
-프랙시스캐피탈(오늘 PEF썰전 쓰신 라민상 대표님이 이끄시는!)이 밀키트 분야 선두 업체 프레시지 경영권 인수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지는 2018년 매출액 218억, 2019년 712억원, 2020년 약 1500억원 등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코로나19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죠.
-LM 가이드라는 '직선운동'을 돕는 부품이 있습니다. 이걸 만드는 회사 원에스티가 노앤파트너스라는 토종 PEF에 인수되었습니다. 산은 출신 노광근 대표가 하는 노앤파트너스는 소부장 분야에서 아주 알토란 같은 딜을 많이 하는 펀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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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신문사 편집국에는 여러 부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서 간의 벽을 흔드는 일이 자꾸 발생합니다. 연초부터 등장한 여러 딜들은 IT부, 생활경제부(유통부), 저희 마켓인사이트부(IB부), 산업부 등에 두루 걸쳐 있습니다. 그런 silo의 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감하고 있습니다. 누가 물먹은(낙종한) 건지 책임을 묻기 불분명한 딜이 많아졌어요. 특종기사도 한 부서 기자의 힘 만으로 되지 않고, 2~3개 부서가 공조해서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이 변화에 우리는 제대로 적응하고 있을까요?덧 2. 올 들어 주요 딜을 모두 모건스탠리가 담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베이코리아(골드만과 공동주관) 매각, 요기요 매각, 잡코리아 매각, 하이퍼커넥트 매각까지 완전 물이 올랐습니다. 올 연말 리그테이블에서 아주 화려한 실적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조상욱 대표님 어깨가 으쓱하실 듯.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