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천인천색, 마케터가 고객을 판단하지 마라"

이웅진 선우 대표/사진=선우
“천인천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 달라요. 커플매니저가 고객의 생각을 판단해선 안 됩니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1991년 한국 최초로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했다. 1998년엔 커플매니저란 명칭을 직업용어사전에 등재시켰다. 결혼정보사업을 일반화시킨 주역인 셈이다. 27년 동안 1만5000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이 대표는 “커플매니저는 배우자를 찾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마케터”라며 “고객마다 다른 배우자에 대한 생각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게 마케터로서 커플매니저 업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Q: 결혼정보회사가 많아졌는데

A: 결혼상담소의 확대된 형태가 많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연회비를 받아서 운영된다. 다단계와 유사하다. 새 회원을 가입시켜야 유지되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고객 만족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대의 유행에 그치는 게 아닌가라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Q: 선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결혼정보업 제2라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수작업을 최대한 줄이고 IT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그래서 비용절감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었다. 고객이 적은 비용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고객들이 비싼 게 좋은 서비스라는 인식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선택하고 있는데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한 뒤 실망하고 결국엔 결혼정보 서비스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

Q: IT 시스템은 어떤 것인가

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인 ‘헤라’의 이름을 붙였다. 고객들이 프로필을 등록하면 헤라 시스템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칭 결과를 정리한다. 이것을 커플매니저를 통해 설명을 듣거나 고객이 직접 받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커플매니저 한 명이 과거 방식으로 350만쌍의 만남을 주선하려면 700년이 걸리는데 헤라 시스템을 통하면 몇 시간만에 끝낼 수 있다. 헤라 시스템 관련 특허를 7개 확보했다.

Q: 커플매니저 활동도 계속하나

A: 그렇다. 평창동 VIP센터에서 한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주식, 운전, 담배, 골프, 도박 등 다섯 가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 시간을 쪼개서 커플매니저 일을 계속하고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커플매니저는 내겐 그런 일이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 오는 고객들의 표정은 항상 진지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는 셈이니 그럴 만하다. 그런 고객을 만나는 일은 항상 즐겁다.

■ Interviewer 한 마디

이웅진 대표에게 “커플매니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런 신뢰를 얻으려면 기억력과 인내력이 중요하죠. 고객 정보를 잘 기억해야 고객과의 대화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매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는 말처럼 뺨을 때리는 것 같은 고객의 불평과 불만에도 견딜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합니다.”어떤 분야에서건 마케터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은 ‘신뢰’인 듯 싶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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