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춤에 특출 기여"…북한, '원조한류' 최승희 춤 계승 활발

피바다가극단 조선무용연구소가 최승희연구소 후신…화보 '조선' 소개
북한이 일제강점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연구 업적을 활발히 계승하면서 그의 연구소를 조선춤 발전의 중추로 육성하고 있다. 17일 북한 화보 '조선' 3월호는 '민족의 춤가락을 전해가는 사람들' 제목의 기사에서 피바다가극단 조선무용연구소의 활약을 소개했다.

이 연구소의 전신은 바로 북한 무용의 토대를 닦은 최승희의 연구소다.

최승희는 일제강점기 동양 무용가로는 처음으로 유럽과 미주대륙에서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46년 월북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파격적 대우를 받았고, 그해 평양 대동강 변에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세원 연구생 육성에 나섰다.

잡지는 최승희가 "조선의 민족무용을 현대화하는 데 특출한 기여를 했다"며 "민족적 정서가 짙고 우아한 춤가락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정립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승희가 집필한 도서 '조선민족무용기본'이 2017년 10월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사실도 전했다. 후신인 피바다가극단 조선무용연구소도 최승희의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계승해 조선춤 보전과 발굴에 주력하며 북한 무용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잡지는 "연구소가 각 지방에서 전해지는 조선 춤의 가락들을 빠짐없이 발굴해 보존하기 위한 사업과 현대적 미감에 맞게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소는 '조선무용사', '우리나라 민속무용의 특성' 등 다양한 관련 도서를 집필하며 무용 교육사업에 적극 나섰고, 무용심리학·무용미학·무용교육학 등 무용 관련 신(新)학문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북한이 1987년 발표한 '자모식 무용표기법'도 이 연구소의 성과다.

자모식 무용표기법이란 춤 동작을 일정한 기호로 악보에 표기하는 방법이다.

이 표기법은 현재 전 세계 무용계에서 널리 쓰이는 '라반표기법'보다 세밀하게 동작을 표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연구소의 남수향 연구사는 인터뷰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선춤의 전통을 고수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희는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조선무용가동맹 중앙위원회 초대위원장, 무용학교 교장, 국립무용극장 총장 등으로 활동하며 공훈배우와 인민배우 칭호를 받기도 했으나 1967년 남로당 사건에 연루돼 숙청됐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그를 복권한 뒤 '주체예술'을 발전시킨 무용가로 선전해왔다. 지난 2011년에는 최승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과 토론회 등이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