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부는 ESG바람…관련 투자 급증하고 국내 기업도 '속도'

ESG투자 8년새 3배↑…수익 고공행진에 투자사도 ESG 우선
국내선 10대 그룹 중심으로 위원회 설치·채권발행 등으로 대응

최근 국내외 기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투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ESG란 기업 경영이나 투자 시 재무적 지표를 넘어 환경과 사회 영향, 투명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으로, 기존의 기업 사회공헌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이 확대 발전된 개념이다.

기업에 이윤 추구만이 목적이 될 수 없는 시대에 ESG는 기업의 생존 필수 요소이자 소비자와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전세계 ESG투자 8년새 3배↑…수익도 전통 투자 넘어서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3천억 달러(1경5천29조원)에서 2020년 40조5천억 달러(4경5천765조원)로 8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ESG 투자의 국가별 비중(2018년 기준)을 살펴보면 유럽과 미국이 각각 46%와 39%를 차지하면 글로벌 투자의 85%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이 7%를 기록하며 아시아 국가 중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를 중심으로 ESG 투자가 늘고 있다.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투자 규모는 2012년 49억 달러에서 2019년 255억 달러로 5배 증가하기도 했다.

ESG 투자는 일반투자에 비해 우수한 수익률을 보인다.

현재 전 세계 ESG 평가기관은 125개 이상으로, ESG를 평가하는 지표도 모건스탠리 SRI 지수와 CDP 지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를 포함해 1천 개 이상이다.전경련에 따르면 2017년 이후 ESG 지수인 MSCI 월드 SRI 지수가 일반지수인 MSCI 월드 지수를 상회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ESG 펀드의 60%가 S&P500 지수 수익률을 초과했다.

한국도 최근 1년간 ESG 펀드의 수익률은 대략 20% 이상으로 코스피 상승률(17%)을 넘어섰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코로나19 여파에도 ESG 성과가 높은 이유를 "임직원과 고객 관계, 이사회 효율성 등 회복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사들도 ESG 최우선순위로…"ESG 성과관리 필요"
ESG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 기반 투자원칙을 천명하고, ESG에 기반해 주주 의결권도 행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자산운용사가 블랙록으로. 회사는 지난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시 최우선순위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지목하고, 수익의 25% 이상이 석탄에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또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와 기후재무정보공개TF(TCTF) 권고사항에 따른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영진에 반대 투표하겠다고 언급했다.

스웨덴 볼보의 ESG 공시 미비를 이유로 이사회 의장 연임을 반대한 것이 대표적 예다.

뱅가드도 ESG펀드 구성 시 성인 오락과 술, 담배, 무기, 화석연료와 관련한 기업을 배제했고, UBS도 전 세계 고객에게 투자 1순위로 ESG 투자를 권유했다.

특히 UBS는 한국전력에 북베트남,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사업 참여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국내기업들도 전사적인 ESG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ESG 활동이 드러나도록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ESG 분류체계 및 정보공시와 국제표준 현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내서도 ESG위원회 설립·채권발행 등으로 대응
국내에서는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ESG위원회 설립, ESG 채권 발행 등의 방식으로 ESG 경영을 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데 더해 기존 지속가능경영 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했다.

아울러 전사 차원의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지속가능경영을 우선순위로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도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해 ESG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갖게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각각 4천억원, 3천억원 규모의 ESG 채권도 발행했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고, 기존의 에너지·화학위원회 대신 환경 관련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룰 환경사업위원회를 만들었다.

㈜LG와 상장 계열사들도 올해 이사회 내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인 'ESG 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회는 환경·안전, CSR, 고객가치 등 주요 정책을 심의해 이사회에 보고한다.

롯데그룹은 2016년부터 환경과 공정거래, 사회공헌, 동반성장 등 ESG 항목을 임원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또 그룹 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추진하는 한편 자산 1조 원 이상 계열사엔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이 밖에도 한화는 그룹 내 지배구조 관련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 운영 중이고, 현대중공업그룹도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사장을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로 선임하고, ESG 실무위원회를 신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