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술장벽 매년 3천건 이상…한국 수출길 좁아져"

대한상의 보고서…주요 수출국에 신흥국까지 무역기술규제 늘어

선진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더해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무역기술장벽(TBT)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무역기술장벽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무역기술규제의 동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무역기술장벽은 국가 간의 서로 다른 기술 규정과 표준 등으로 인해 무역에 발생하는 장애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기술장벽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연평균 11%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는 3년 연속 무역기술장벽이 3천건 이상 생겨나며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15년 사이 전 세계 무역기술장벽 통보 건수는 3.7배 증가했고,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 규제는 이보다 더 많은 5.2배 늘었다.

WTO에 보고된 신규 무역기술장벽 통보문(누적 기준)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등 건강·안전 관련 사항이 1만3천6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술규격 등 품질 관련 사항이 4천575건, 허위표시 등 소비자 보호 관련 건이 4천401건, 환경보호 3천444건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천8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천460건), EU(1천360건), 이스라엘(1천230건), 우간다(1천227건) 순이었고, 한국은 9위(1천14건)를 차지했다. 우리의 수출 다변화 대상인 신남방지역은 1천866건으로 미국, 중국, EU를 앞섰다.

대한상의가 소개한 무역기술장벽 관련 사례를 보면, 케냐에 연 200만달러 규모로 에어컨을 수출하는 업체 A사는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다 2017년 케냐 정부가 수입 에어컨의 에너지효율 실험온도를 열대지역 조건으로 개정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해당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제품들은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가, 케냐 현지에 있던 지원기관들과 협력해 기준을 재개정한 끝에 임시통관을 받게 됐다.

보고서는 최근 무역기술장벽의 특징으로 디지털·환경 규제 강화, 신흥국 규제 증가,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규제 강화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으로 우리 기업들이 신흥국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주요 수출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수출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무역기술규제 대응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도 정부의 기술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해 국제 트렌드 변화에 대비하고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메가 FTA 타결로 관세는 계속 낮아지지만 비관세장벽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무역기술규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무역기술장벽 극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출 회복의 필수 조건으로 정부·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