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관위인지 文관위인지 헷갈려…국민 불신 심각"

지난 3일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성북구 대왕기업 택시차고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중립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각하다", "선관위인지 문관위(문재인+선관위)인지 헷갈린다"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21일 SNS에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면 선관위는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국민’ 님에 대한 조사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의 의도가 전혀 없이, 오직 애국심과 안타까운 마음에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 글을 문제 삼고 조사하는 것은 선거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가뜩이나 의심 받고 있는 선관위의 중립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 야당 정치인들을 비방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수많은 행태는 외면하면서 고의성 없는 이런 순수한 행동을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도 했다. 앞서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국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시민은 지난 19일 '김종인 안철수 오세훈 님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일간지 광고를 게재했다. 그는 광고에서 "이번에 단일화는 내년의 정권교체가 보이는 중요한 일"이라며 "하루빨리 서로에게 상처주지 말고 희생해서 국민들을 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선관위는 이 광고가 ‘선거 180일 전부터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 명칭, 후보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SNS에서 선관위의 택시 홍보물과 관련해 "대한민국 선관위인지 문재인 홍보를 관리하는 '문관위'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 의원은 "아무리 봐도 '여당 색'인 선관위 홍보물"이라며 "선관위는 즉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선관위는 이달 들어 예산 2150만원을 들여 서울 택시 150대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독려를 위한 래핑 홍보물을 부착시켰다. 홍보물에는 하얀 바탕에 파란색 계열 글씨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꼬옥 행사해야 할 소중한 권리 투표' '방역소독완벽, 안심하고 투표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혔다. 야당은 이를 두고 "홍보문구 색상이 민주당 상징색과 가깝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선관위는 "특정 정당의 색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재난위로금 10만원 지급' 공약과 관련해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 조사도 촉구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공약의 탈을 쓴 사실상의 '매표행위'"라며 "선관위는 이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후 검찰 고발 여부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보수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박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 등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