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지당 수백억 수익"…'꼼수'로 LH 공공택지 휩쓴 중견 건설사
입력
수정
수십곳 위장계열사 동원하는 '벌떼 입찰'로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불법 땅 투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도 일부 건설사들이 이른바 '꼼수'를 부려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LH 분양 공공택지 가운데 44개 차지…10대 건설사 진입
21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입찰 및 낙찰 현황'에 따르면 호반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수십 곳의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를 동원해 LH의 공공택지를 많게는 10%가량 확보했다.호반건설은 이 기간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가운데 44개(9.3%)를 차지했다. 또한 호반건설을 포함해 5개 중견건설사는 LH가 공급한 공공택지의 3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이와 관련 "호반건설이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추첨에 참여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기간 호반건설은 계열사 40여곳을 설립했는데, 이 중 20곳 이상이 직원 수 10명 미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는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어 건설업계에선 '수퍼 로또'라고 불린다. 페이퍼컴퍼니도 이를 낙찰받을 수 있게 정부와 LH가 방조했다는 게 송 의원 측의 지적이다.최근까지 공공택지 아파트용지 입찰방식이 '단순 추첨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위장 계열사를 동원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았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호반건설은 이렇게 꼼수로 확보한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매년 2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호반건설의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10년 62위에서 2019년 10위로 뛰며 10대 건설사 반열에 진입했다. 2018년 호반건설의 매출액은 1조1744억원, 영업이익은 279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4%에 달했다. 여타 대형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5% 내외였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