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학이 말하는 대한민국 브랜드

국가의 이미지는 국가의 경쟁력이다. 국가 브랜드는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 브랜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와인 하면 프랑스이고, 자동차 하면 독일이고, 초콜릿 하면 스위스가 떠오른다. 대한민국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200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월드컵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을 구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90년대 초반 이스라엘에서 유학할 때만해도 서울과 평양을 구별하지 못하는 외국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국가 브랜드는 글로벌 경쟁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한 나라 국민의 이미지를 판단하는 기준 이상의 것이 되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Pop은 국가 브랜드에 크게 기여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실 직속으로 국가 브랜드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국가브랜드 위원회는 세계 최초로 국가 브랜드 관련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는데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의 대표하는 기업 전시회와 더불어 해외 석학을 초빙하여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 증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컨퍼런스를 진행하였다.
세계적인 권위의 브랜드 전략 전문가 데이빗 아커 버클리 대학 교수



개회식 후 기조연설을 한 세계적인 석학 데이빗 아커(David Aaker)교수는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파워 증진을 위한 제안을 하였는데 우리가 깊이 생각하여야 할 점이 아주 많이 들어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가브랜드는 특히 지난 10년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십 년 전만해도 세계 각국이 국가 브랜드라는 개념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국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심도 깊은 전략을 만드는 경우는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은 많은 나라들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 경쟁하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수많은 고기능 전자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고, 프랑스는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세계 최고의 시계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것들은 국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도 지역의 브랜드 파워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그의 제안을 정리하면, 첫째,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전략의 목표를 세분해야 한다. 세부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약점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비즈니스를 하기에 편한 나라가 아니라는 이미지가 있고, 브라질의 경우는 IT 능력이 없는 이미지가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기업의 고객관리 능력에서 약한 이미지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스스로의 약점을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

둘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해야한다는 것이 데이빗 아커 교수의 해법이다. 뉴욕과 싱가포르가 가진 차별성은 시사하는 바가 큰데 뉴욕은 세계 최대의 도시이며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고, 싱가포르 역시 아시아의 경제 중심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뉴욕과 싱가포르가 가진 이런 차별성에 비추어 어떤 것을 찾아내야 하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로 나가 활동하는 우리 젊은이들이야 말로 국가 브랜드 향상의 일등 공신이다





이런 차별성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막연한 당위성을 넘어서 보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큰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한국도 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G20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지만,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룸 (Davos Forum)이나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와 같은 정기적인 국제행사는 국가 이미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Formula 1 같은 경기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 행사이다. 또한 정례화 된 국제행사 외에 새로운 국제행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음악축제, 한국음식축제 같이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태극기와 무궁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셋째, 세련된 심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맥도날드의 로고나 애플의 로고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로고만 보아도 친절의 이미지를 그 속에 내포하고 있다. 심볼이라는 것이 단지 로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 중국의 만리장성, 로마의 콜로세움 등은 보는 순간 그 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상징이다. 나아가 금문교, 킬리만자로, 피라밋, 알프스는 국가 명을 논하지 않더라도 어디에 있다는 것이 마음 속에 떠오르게 된다. 이런 것이 상징이다. 물론 상징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US OPEN을 제패한 유소연과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연아를 생각하면 이 두사람이 국가 브랜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데이빗 아커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이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과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IT 기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은 일이라며 이런 기적적인 성장을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브랜드는 지칠 줄 모르는 성장동력을 가지고 지금도 앞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다.
이태석 신부의 활동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데이빗 아커 교수의 기조강연은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 향상을 위한 고무적인 제안이었다. 그의 제안과 더불어 전 세계에 나가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외교관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이룬 나라이면서 동시에 세계인들로부터 존경 받는 나라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가 정례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인이 교과부 블로그에 9월 7일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