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는 벼룩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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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다보면 어디서든지 벼룩시장을 볼 수 있다. 가게가 아닌 길거리에 보자기를 깔고 스스로 만든 물건도 팔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약간의 돈을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아이템도 아주 다양해서 식기, 열쇠고리, 장난감, 유명인의 사진 등 판매 가능한 모든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당장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경제학의 기본이 되는 물물교환과 같다. 사실 벼룩시장에 가보면 즉석에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볼 수가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 사이버 머니로 물건을 구매하는 스마트 세상이 되었지만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 매매 방법인 것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심에서 열린 벼룩시장 모습)
벼룩시장은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해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끼리 그 지역의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고 각종 경조사에 대한 일정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벼룩시장의 개념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농촌 지역에서는 5일장 등이 열리는데 시장 자체가 단지 물건을 매매하는 장소이기 이전에 지난 5일간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랑방과도 같은 정겨운 장소가 된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명명된 벼룩시장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손쉽게 매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의류 같은 경우는 구매로 이어지기가 쉽지는 않다. 비단 의류뿐만이 아니라 각종 전자 제품도 배송하는 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이버 상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2000년대 들어와 우리나라에도 외국에서 보았던 벼룩시장이 크게 활성화 되고 있다. 각 지역의 주민 센터나 구청 단위로 벼룩시장을 월별이나 분기별로 열어 활성화시키고 있다. 주말에 구청의 앞마당에 공개해서 구민들이 미리 배정받는 자리에 좌판을 만들거나 돗자리를 깔고 가지고 나온 물건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배정받은 자리에 번호표가 붙어있고 이 곳에 가져온 물건들을 늘어 놓게 된다)
충분히 사용 가능하지만 집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버려왔던 나로서는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활성화된 벼룩시장은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아온 벼룩시장과 내가 직접 참석하는 벼룩시장은 그 의미가 달랐다. 그래서 10월 말에 강서구 방화동 복지회관에서 개최한 벼룩시장에 직접 참석해 보았다. 옷장을 정리하니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도 나왔다. 바지나 셔츠도 많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장갑을 많이 샀나 싶을 정도로 사용하지 않은 장갑도 네 켤레나 나왔다. 살 때는 비싸게 주고 산 것들이지만 막상 사용하지 않으니 나에게는 무용지물과 같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파는 것이 흔히 말하는 ‘Win Win’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룩시장은 윈윈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간 국제무역도 사실은 이렇게 윈윈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원유가 많은 중동은 쓰고 넘치는 원유를 수출하고 생필품을 수입한다. 벼룩시장은 경제활동과 무역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공부방이기도 하다.(동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이다)
그냥 두자니 짐이 되고 버리자니 아깝고, 아니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이른 아침에 복지회관에 사무실에서 자리를 배정 받았다. 주말 아침에 누가 나와 있을 까라는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갔지만 이미 번호표를 배정받기 위해서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어른 들이 아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보던 책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나온 아니도 있었다. 벼룩시장에는 어린 학생들도 참석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어려서부터 이런 작은 경제활동에서 직접 참여해 본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즈니스 감각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원만 있으면 꽤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든 벼룩시장이 그렇듯이 가격은 참 저렴했다. 현재의 물가수준으로 천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벼룩시장에서는 운이 좋으면 꽤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명품제품들도 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 또한 가장 비싼 제품의 가격을 5천원으로 하고 대부분 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하였다. 오전 10가 되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격을 물어보고 필요한 물건들을 살펴보는 사람들과 벌써 몇 벌의 옷을 사서 가지고 가는 사람들까지 벼룩시장은 성황리에 진행이 되었다. 저 편에서는 언제 왔는지 어렸을 적을 추억을 되살려주는 뻥튀기 아저씨까지 오셔서 이십분 간격으로 쌀 과자를 만들어 낸다. 복지관에서는 음료수를 준비하여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벼룩시장이 끝날 무렵 짐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각 구청이나 주민 센터에서 개최하는 벼룩시장은 11월 초에 거의 마무리 된다고 한다. 추운 날씨 때문에 11월 중순부터는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을 보내고 3월이 되면 다시 벼룩시장을 개최한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팔고 싶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일찍 나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경제학에서 나오는 장소와 물류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물건을 전시하면 아무래도 후미진 곳보다는 더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야말로 고유가 시대와 경제 불황기를 이기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깊어 가는 가을의 정점에 경험한 나의 첫 번째 벼룩시장은 팔고 사는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 이 글은 11월 16일 본인이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벼룩시장은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해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끼리 그 지역의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고 각종 경조사에 대한 일정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벼룩시장의 개념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농촌 지역에서는 5일장 등이 열리는데 시장 자체가 단지 물건을 매매하는 장소이기 이전에 지난 5일간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랑방과도 같은 정겨운 장소가 된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명명된 벼룩시장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손쉽게 매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의류 같은 경우는 구매로 이어지기가 쉽지는 않다. 비단 의류뿐만이 아니라 각종 전자 제품도 배송하는 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이버 상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2000년대 들어와 우리나라에도 외국에서 보았던 벼룩시장이 크게 활성화 되고 있다. 각 지역의 주민 센터나 구청 단위로 벼룩시장을 월별이나 분기별로 열어 활성화시키고 있다. 주말에 구청의 앞마당에 공개해서 구민들이 미리 배정받는 자리에 좌판을 만들거나 돗자리를 깔고 가지고 나온 물건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배정받은 자리에 번호표가 붙어있고 이 곳에 가져온 물건들을 늘어 놓게 된다)
충분히 사용 가능하지만 집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버려왔던 나로서는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활성화된 벼룩시장은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아온 벼룩시장과 내가 직접 참석하는 벼룩시장은 그 의미가 달랐다. 그래서 10월 말에 강서구 방화동 복지회관에서 개최한 벼룩시장에 직접 참석해 보았다. 옷장을 정리하니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도 나왔다. 바지나 셔츠도 많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장갑을 많이 샀나 싶을 정도로 사용하지 않은 장갑도 네 켤레나 나왔다. 살 때는 비싸게 주고 산 것들이지만 막상 사용하지 않으니 나에게는 무용지물과 같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파는 것이 흔히 말하는 ‘Win Win’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룩시장은 윈윈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간 국제무역도 사실은 이렇게 윈윈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원유가 많은 중동은 쓰고 넘치는 원유를 수출하고 생필품을 수입한다. 벼룩시장은 경제활동과 무역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공부방이기도 하다.(동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이다)
그냥 두자니 짐이 되고 버리자니 아깝고, 아니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이른 아침에 복지회관에 사무실에서 자리를 배정 받았다. 주말 아침에 누가 나와 있을 까라는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갔지만 이미 번호표를 배정받기 위해서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어른 들이 아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보던 책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나온 아니도 있었다. 벼룩시장에는 어린 학생들도 참석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어려서부터 이런 작은 경제활동에서 직접 참여해 본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즈니스 감각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원만 있으면 꽤 좋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든 벼룩시장이 그렇듯이 가격은 참 저렴했다. 현재의 물가수준으로 천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벼룩시장에서는 운이 좋으면 꽤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명품제품들도 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 또한 가장 비싼 제품의 가격을 5천원으로 하고 대부분 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하였다. 오전 10가 되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격을 물어보고 필요한 물건들을 살펴보는 사람들과 벌써 몇 벌의 옷을 사서 가지고 가는 사람들까지 벼룩시장은 성황리에 진행이 되었다. 저 편에서는 언제 왔는지 어렸을 적을 추억을 되살려주는 뻥튀기 아저씨까지 오셔서 이십분 간격으로 쌀 과자를 만들어 낸다. 복지관에서는 음료수를 준비하여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벼룩시장이 끝날 무렵 짐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각 구청이나 주민 센터에서 개최하는 벼룩시장은 11월 초에 거의 마무리 된다고 한다. 추운 날씨 때문에 11월 중순부터는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을 보내고 3월이 되면 다시 벼룩시장을 개최한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팔고 싶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일찍 나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경제학에서 나오는 장소와 물류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물건을 전시하면 아무래도 후미진 곳보다는 더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야말로 고유가 시대와 경제 불황기를 이기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깊어 가는 가을의 정점에 경험한 나의 첫 번째 벼룩시장은 팔고 사는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 이 글은 11월 16일 본인이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