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탱고를 추는 부에노스아이레스

1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세계 4대 부국으로 명성이 높았던 아르헨티나. 월드컵 때마다 우리를 울려 버리는 야속한 아르헨티나의 좋은 공기 Buenos Aires(영어로 good air)는 몸치인 나조차 춤추게 만들었던 마력을 가진 도시다. 아르헨티나를 수식하고 상징하는 많은 단어가 있지만 탱고의 발상지 La Boca(보카 지구)를 가지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단연 압권이고 백미다. 보카 지구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정열적으로 탱고를 추는 남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것의 리듬에 심장이 떨리는 기분이 드는 순간 탱고는 눈으로 보는 춤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춤 이상의 것이 된다. 탱고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인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탱고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문화 그 자체이다.)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를 배출한 보카 주니어스 구단의 홈구장 역시 보카 지구에 있다. 홈구장의 이름은 라 봄보네라 (La Bombonera:초콜릿 상자라는 뜻)인데 보카 주니어스의 팬들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엄청난 함성을 지르며 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 시작 전 상대팀의 기를 눌러 버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심장인 이 구장은 1904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백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보카 지구를 떠난 후에도 탱고의 선율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플로리다거리에서는 매일 밤마다 즉석 탱고 공연이 벌어지는데 모여드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 길 양쪽에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남미 해방을 외치며 평생 게릴라 작전을 펼쳤던 체 게바라와 국모로 추앙되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바 페론의 갖가지 기념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을 초월한 두 사람은 이미 아르헨티나의 영원한 아이콘이 되었다.
(보카지구 전경)
(축구장은 하나의 관광지다.)


우리나라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려면 30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12시간이나 나는 시차 때문에 차만 타면 왜 그렇게 눈꺼풀이 무거워졌던지. 이상한 것은 긴 비행으로 피곤한 눈은 스스로 감겼지만 귀는 생생히 살아있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분명 도시 전체를 정열적으로 춤추게 만드는 탱고 음악의 리듬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열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자, 마음으로 음악을 느끼고 싶은 자에게는 멀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권하고 싶다. 춤추고 있을 그 도시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