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제발! 열심히 일하지 마라

[정진호의 그리스신화] 시지푸스의 신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직에서 상사가 시키는데로 일하고 ‘예스맨’을 한다고 조직에서 성공할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함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순종하는 것은 기본이고 뭔가 더 해야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그러나 필자의 답은 아무런 전제도 없이 ‘근면과 순종으로는 안된다’입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근면과 순종’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런 기업은 그럭저럭 먹고는 살겠지만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2000년대 초반 40조 원 수준이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말 기준 200조 원의 매출을 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도 아니고 포츈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초대형 기업이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500%가 넘는 성장을 하는 시대입니다. 소위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근면과 순종’과 같은 컨셉으로는 어렵습니다. 창조경영의 대가 런던비즈니스스쿨 게리 해멀 교수는 조직에서 공헌하는 사람의 능력을 6단계로 구분해서 설명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부터 순종, 근면, 지식 이어서 추진력, 창의력 그리고 최고 단계를 ‘열정’이라고 했습니다. 해멀 교수는 하위 1~3단계인 순종, 근면, 지식은 범용화된 능력으로 차별화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리모콘 생산 업체는 한국에서도 리모콘을 생산하지만, 중국이나 태국에서도 비슷한 품질의 리모콘을 보다 저렴한 비용을 들여 생산할 수 있습니다. 중국, 태국에도 명령에 복종하고 8시간 정규근로 시간 외에 야근과 특근을 하고 기본적인 생산 지식을 가진 근로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추진력이나, 아이디어로 남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창의력,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은 앞의 순종, 근면, 지식과는 레벨이 다른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순종이 아니라 몰입하고, 근면이 아니라 열정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스신화에는 신들에게 미움을 받아 벌을 받은 많은 사람이 나옵니다. 그 중에 가장 미움을 많이 받은 인물이 시지푸스입니다. 그래서 시지푸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교활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죽어서 산 위 언덕으로 바위를 굴려 올리고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밀어올리는 벌을 반복하게 합니다. 시지푸스는 전설에 의하면 그리스 코린토스의 왕이었습니다. 너무나 머리가 좋은 시지푸스는 자기 왕국을 지키기 위해 여러차례 신들을 속입니다. 언젠가 신들의 신 제우스까지도 속이는 일이 생기자, 제우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보내 그를 데려오게 합니다. 하지만 타나토스는 시지푸스에게 속아 족쇄를 한 채 인간의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죽음의 신이 인간 세상에 갇히자 사람들이 한동안 아무도 죽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제우스는 다시 전쟁의 신 아레스를 보내 타나토스를 구출하고 시지푸스를 저승으로 데려갑니다. 저승에 갈 상황도 예상하고 대처를 한 시지푸스는 아내에게 자기가 죽더라도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미리 말해둡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제사를 지내지 않는 그 당시에 희안한 상황을 만들고는 시지푸스는 저승의 신 하데스에게 아내를 설득해 제사를 지내게 설득할테니 자기를 인간 세상으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하데스의 허락으로 생명을 얻어 인간 세상에 간 시지푸스는 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숨어 버려 백수를 누립니다. 시지푸스가 늙어 더이상 살지 못하고 죽자 제우스는 그에게 영원히 돌을 굴려 언덕을 오르게 하는 벌을 줍니다. 신들의 입장에서 볼때, 시지푸스는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아닌, 어떤 면에서 자기들보다 더 뛰어난 존재이기에 그를 인간 중에서 가장 교활한 인간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신들에게는 교활한 인물에 대하여 세계적 문호인 알베르까뮈는 그의 저서 <시지푸스의 신화>를 통해 시지푸스를 비록 힘없는 인간이지만, 신에게 예속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지킨 창조적이고 정열적인 삶을 살다간 인간승리의 표상이라고 추켜 세웁니다. 우리는 단순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것을 열정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열정이란 어떤 높은 결과를 이루고자 할 때 강한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는 힘과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창의력을 발휘하여 돌파해 가는 힘을 말합니다. 특히 열정을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분산된 힘을 하나로 모아 더 큰 힘을 형성하여 한방향으로 가게 하는 강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당신에게 열정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JUNG JIN HO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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