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용서를 구하는 방법

[정진호의 그리스신화] 영웅 헤라클레스

나의 자존심이나 명예에 상처 입힌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는 고의가 아니었는데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용서를 말하기 전에 사람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티베트의 영적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사람의 본성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복추구’를 방해받는 경우 미움, 분노, 증오와 같은 나쁜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나쁜 감정은 자신에게 나쁜 신체적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최고병원인 메요 클리닉의 실험에 의하면 타인이 자기에게 잘못했을 때 그것으로 인해 화가 나는 감정이 생기면 혈압과 심장박동이 높아져 심혈관계에 이상을 준다는 실험결과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화가 나는 감정을 해소하는 상태 즉, 용서하면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감소하고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생겨 몸에 긍정적인 신체 반응을 가져온다는 실험결과였습니다. 화가 나는 감정이 생긴 사람이든 원인을 유발한 사람이든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은 가정이든 사회생활이든 나쁜 감정을 드러내면 사람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만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질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용서한다면, 내 마음은 그 즉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 나오는 영웅 중에서 가장 으뜸은 헤라클레스입니다. 헤라클레스의 이름은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가장 미워했으며, 증오했고, 죽이려했습니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티탄족이 낳은 괴물 기가스들이 신들의 왕국 올림포스를 공격할 것이고 기가스들을 물리치는 길은 인간의 영웅이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예언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우스는 테베의 장군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발견하고 그녀를 인간의 영웅을 낳을 적임자로 낙점합니다. 임피트리온으로 변장하여 알크메네와 동침하여 낳은 사람이 헤라클레스입니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하늘로 데려와 헤라의 젖을 물립니다. 헤라는 인간의 영웅이 필요했다는 제우스의 해명을 듣지만 헤라클레스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가집니다. 얼마나 미웠으면 아기에게 두 마리의 뱀을 보내 물게 하지만, 아기 헤라클레스는 뱀을 잡아 죽여 버립니다. 헤라클레스는 자라면서 가장 지혜롭고 용맹한 스승 케이론(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루스족 중 가장 위대한 선생)에게서 각종 무술을 익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됩니다. 아테네에 살면서 괴물들을 죽이고 적국을 제압하여 영웅이 된 헤라클레스는 아름다운 아내와 사이에 세 명의 아들딸을 두고 행복한 생활을 합니다. 하늘에서 헤라클레스의 행복한 모습에 분노한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만들어 아내와 자식들을 때려 죽이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죄값을 치루기 위해 어느 왕의 노예가 되어 12가지 인간이 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하게 만듭니다. 괴물 사자 잡아오기, 머리아홉 달린 히드라 죽이기, 괴물 맷돼지 죽이기, 청동깃털로 된 괴물 새 죽이기, 아르테미스 여신의 암사슴 잡아오기, 소 3천마리의 오물 치우기,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가져오기, 사람을 잡아먹는 네 마리의 말을 산채로 잡아오기, 미친 흰소 잡아오기, 머리가 셋 달리 괴물 죽이기, 요정들이 지키는 황금사과 따오기, 지옥으로 내려가 지옥을 지키는 세 마리의 개 사로잡아 오기 등. 불가능한 과제였지만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지혜와 용맹으로 모든 과제를 수행합니다. 드디어 12가지 과제를 완수하지만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를 또다시 미치게 만들어 친구를 죽이게 만듭니다. 3년간 어느 왕의 노예가 되어 겸손을 배웁니다. 12가지 모험과 노예 생활을 마치고 다시 가족을 꾸려 행복한 삶을 누리려던 영웅은 아내의 의심으로 독이 뭍은 옷을 입고 인간의 삶을 마치게 됩니다. 생명이 끊긴 후 신들의 왕국으로 간 헤라클레스는 기가스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그들을 신들의 감옥에 가둠으로서 올림포스 왕국의 평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제서야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를 용서하고 자기 딸 헤베를 아내로 줍니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미움으로 시작된 세상 모든 악과의 전쟁을 이겨내고 진정한 영원한 삶을 누리는 신이 됩니다.

우리가 아는 헤라클레스이야기는 영웅의 모험담이지만, 헤라와 헤라클레스의 관계로 보면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가진 이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용서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고의든 실수든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달라이 라마는 ‘용서는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수행’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용서를 받으려면 먼저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변명하거나 해명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했다. 미안하다. 하지만~”과 같이 접속사를 붙이는 것은 상대방의 용서를 끌어낼 수 없습니다.
둘째, 조건부 협상과 같은 태도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당신이 화가 났다면 미안하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건 아닌데 ‘당신이 특별해서 생긴 문제다’라는 식은 용서를 끌어낼 수 없습니다.
셋째, 구체적으로 잘못을 얘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 내 탓이다”는 식은 상대방이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했을 때, 잘못을 인식하였을 때에 미루지 않고 즉시 용서를 구하는 태도입니다. 사람이 가지는 미움, 분노, 증오와 같은 감정은 보통 사회생활에서 잘 표출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이 이런 감정을 드러내면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용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JUNG JIN HO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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