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개척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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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이 지났어도 시원해야 할 아침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어서고 한 낮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이라도 시원스러웠으면 좋으련만,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신문기사는 상쾌함을 주지 못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소개한 기사는 고용사정이 더 악화되고 있고, 5월 이후 석달 연속 취업자 수가 늘지 않고 있으며, 경제활동 증가율도 소폭 하락했고, 실업률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구직을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12만4천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구직포기’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창업실패 통계 역시 반갑지 않았다. 6월 한 달 동안 휴 ․ 폐업한 음식점 수가 2만2천 곳에 달한다고 하니 그곳에 딸린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당할 것이라 생각되어 가슴 아프다. 음식점 외에도 미용실, PC방, 세탁소 등도 공급과잉으로 폐업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신문은 이러한 위기요인을 과잉공급과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대표적인 실패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처방으로 “창업자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됐거나 자신이 소지한 기술(능력)을 바탕으로 창업하기 보다는 경기불황에 떠밀린 결과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구직포기’, ‘자영업 폐업’이라는 기사로 우울해졌던 기분은 지하철역을 나와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한국폴리텍1대학)을 향해 가면서 바뀌게 되는 것이 요즘 출근길에서 얻는 기쁨이다. 삼복 더위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자 폴리텍대학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수십 명의 ‘재취업과정 수강생들’과 함께 교문을 들어서면 조금 전에 신문에서 봤던 구직포기나 자영업 실패라는 우울한 단어의 의미가 ‘구직개척’, ‘창업성공’이라는 즐거운 의미로 저절로 바뀌게 된다.
책가방을 들거나 배낭을 메고 등교하는 40, 50대들의 손에는 무엇인가 읽을거리가 들려있다. 간혹 이어폰을 끼고 걷는 30대들도 눈에 띤다. 각자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실업상태에 있거나 전업을 준비하고자 등교하는 이들에게는 삼복 더위 운운하는 것은 호사스러운 말잔치에 지나지 않고 구직포기라는 용어 역시 용납이 안 된다. 더위가 절정인 한 낮, 교정의 고목들에서는 매미들이 목청을 한껏 높인다. 오후 4시까지 계속되는 공기조화 과정의 실기수업 과제는 냉동기계의 냉매전달장치를 제작하는 작업이다. 실습실에서는 산소용접기가 뿜어내는 시뻘건 불꽃에 철판과 파이프들이 녹아 그들의 마음과 손이 이끄는 대로 부드럽게 조형된다. 공기조화 3개월 과정을 배운 후에는 배관기술, 용접기술, 보일러기술 등 인접분야의 기술을 추가로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쇠 조각이 녹아서 더 가치 있는 부속품으로 재탄생하듯이 교육생 자신들을 새롭게 빗어내고 개발해 가고 있다. 손으로 익히는 기술뿐만 아니라 마음에는 새로운 직업세계에서의 성공가능성의 불꽃도 함께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실내장식업 창업을 목표로 도배를 배우는 실습실에서도 열기가 높다. 3개월 과정의 도배기술을 배운다고 창업조건이 갖춰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도배와 장판을 배우는 것은 종합적인 실내장식기술 중 기본종목을 익히는 과정에 불과하다. 도배기술을 배운 후에는 커튼, 나무마루 깔기, 부엌인테리어 등 인접기술을 계속 습득해야 한다. 실습실에는 갓난아이를 둔 젊은 주부와 중년주부도 눈에 띠며, 전직 회사 간부들도 다수 있다. 필자는 교육생들에게 습관처럼 전력과 교육참여동기 등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들의 재교육 신념은 확고하고 목표 또한 확실했다.
전직 기계제작기술자였으나 허리디스크에 이상이 생겨 무거운 작업이 곤란한 관계로 전업을 위해 도배기술을 배우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성과 중소기업에서 품질관리 책임자였던 40대 초반의 남성은 1년 후 쯤 창업할 목표를 세우고, 반 년 정도 기술을 익히는데 투자키로 마음먹고 홀로서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30대 후반의 현직 프로골퍼는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와 양업(兩業)이 가능한 실내장식을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외국을 다니면서 많이 보고 비교해본 결과 실내장식업이 Tow job에 적당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더라는 것이다. 또 30대 초반의 젊은이는 용접과 배관기술을 배워 실무경험을 쌓은 후 캐나다나 호주로 기술자취업이민을 희망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퇴직한 50대 초반의 남성은 점심시간에도 실습실에서 용접불꽃을 피우며 복습하고 있다. 그는 건물관리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산업이 호황이므로 그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넓은 식견도 갖고 있었다. 필자는 이분들로부터 인간의 ‘본능적 창조의욕’인 장인정신이 발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개척의지에 숭고함 마저 느껴졌다.
포기하는 자와 개척하는 자, 실패하는 자와 성공하는 자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자영업창업 성공률이 5% 내지 10%라는 일반적 견해를 인정하고 좀 더 긴 안목과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구직을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12만4천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구직포기’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창업실패 통계 역시 반갑지 않았다. 6월 한 달 동안 휴 ․ 폐업한 음식점 수가 2만2천 곳에 달한다고 하니 그곳에 딸린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당할 것이라 생각되어 가슴 아프다. 음식점 외에도 미용실, PC방, 세탁소 등도 공급과잉으로 폐업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신문은 이러한 위기요인을 과잉공급과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대표적인 실패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처방으로 “창업자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됐거나 자신이 소지한 기술(능력)을 바탕으로 창업하기 보다는 경기불황에 떠밀린 결과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구직포기’, ‘자영업 폐업’이라는 기사로 우울해졌던 기분은 지하철역을 나와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한국폴리텍1대학)을 향해 가면서 바뀌게 되는 것이 요즘 출근길에서 얻는 기쁨이다. 삼복 더위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자 폴리텍대학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수십 명의 ‘재취업과정 수강생들’과 함께 교문을 들어서면 조금 전에 신문에서 봤던 구직포기나 자영업 실패라는 우울한 단어의 의미가 ‘구직개척’, ‘창업성공’이라는 즐거운 의미로 저절로 바뀌게 된다.
책가방을 들거나 배낭을 메고 등교하는 40, 50대들의 손에는 무엇인가 읽을거리가 들려있다. 간혹 이어폰을 끼고 걷는 30대들도 눈에 띤다. 각자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실업상태에 있거나 전업을 준비하고자 등교하는 이들에게는 삼복 더위 운운하는 것은 호사스러운 말잔치에 지나지 않고 구직포기라는 용어 역시 용납이 안 된다. 더위가 절정인 한 낮, 교정의 고목들에서는 매미들이 목청을 한껏 높인다. 오후 4시까지 계속되는 공기조화 과정의 실기수업 과제는 냉동기계의 냉매전달장치를 제작하는 작업이다. 실습실에서는 산소용접기가 뿜어내는 시뻘건 불꽃에 철판과 파이프들이 녹아 그들의 마음과 손이 이끄는 대로 부드럽게 조형된다. 공기조화 3개월 과정을 배운 후에는 배관기술, 용접기술, 보일러기술 등 인접분야의 기술을 추가로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쇠 조각이 녹아서 더 가치 있는 부속품으로 재탄생하듯이 교육생 자신들을 새롭게 빗어내고 개발해 가고 있다. 손으로 익히는 기술뿐만 아니라 마음에는 새로운 직업세계에서의 성공가능성의 불꽃도 함께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실내장식업 창업을 목표로 도배를 배우는 실습실에서도 열기가 높다. 3개월 과정의 도배기술을 배운다고 창업조건이 갖춰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도배와 장판을 배우는 것은 종합적인 실내장식기술 중 기본종목을 익히는 과정에 불과하다. 도배기술을 배운 후에는 커튼, 나무마루 깔기, 부엌인테리어 등 인접기술을 계속 습득해야 한다. 실습실에는 갓난아이를 둔 젊은 주부와 중년주부도 눈에 띠며, 전직 회사 간부들도 다수 있다. 필자는 교육생들에게 습관처럼 전력과 교육참여동기 등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들의 재교육 신념은 확고하고 목표 또한 확실했다.
전직 기계제작기술자였으나 허리디스크에 이상이 생겨 무거운 작업이 곤란한 관계로 전업을 위해 도배기술을 배우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성과 중소기업에서 품질관리 책임자였던 40대 초반의 남성은 1년 후 쯤 창업할 목표를 세우고, 반 년 정도 기술을 익히는데 투자키로 마음먹고 홀로서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30대 후반의 현직 프로골퍼는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와 양업(兩業)이 가능한 실내장식을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외국을 다니면서 많이 보고 비교해본 결과 실내장식업이 Tow job에 적당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더라는 것이다. 또 30대 초반의 젊은이는 용접과 배관기술을 배워 실무경험을 쌓은 후 캐나다나 호주로 기술자취업이민을 희망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퇴직한 50대 초반의 남성은 점심시간에도 실습실에서 용접불꽃을 피우며 복습하고 있다. 그는 건물관리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산업이 호황이므로 그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넓은 식견도 갖고 있었다. 필자는 이분들로부터 인간의 ‘본능적 창조의욕’인 장인정신이 발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개척의지에 숭고함 마저 느껴졌다.
포기하는 자와 개척하는 자, 실패하는 자와 성공하는 자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자영업창업 성공률이 5% 내지 10%라는 일반적 견해를 인정하고 좀 더 긴 안목과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