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로버츠와 러브마크(lovemarks)

인사 조직이 없는 회사.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인 사치&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는 씨이오 익스체인지(CEO Exchange)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기업은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조건과 창의적이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장애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사팀을 폐지했다고 언급한다. 우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인사조직은 직원들의 창의와 혁신을 이끌어 내고 그들이 요구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매진하기 보다는 아직도 관리와 통제의 기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케빈 로버츠의 파격적인 제안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재 사치&사치는 84개국에 걸쳐 7,0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세계 100대 광고주 중 50개가 넘는 회사를 고객으로 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의 약 60퍼센트 정도가 여기에서 나온다.




질레트 유럽지사 마케팅 매니저, P&G의 마케팅 매니저, 중동지역 펩시콜라 사장, 펩시캐나다 사장, 호주의 맥주회사 라이온 네이션의 최고운영책임자 등의 경력을 갖춘 로버츠는 대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영국 랭커스터에서 태어난 그는 스포츠에 두각을 나타내며 학교 럭비팀과 크리켓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지만 16살 때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그는 랭커스터에서의 유년 시절에 대해 “나는 ‘불가능 것이란 없다(Noting is impossible)’고 굳게 믿었다”라고 회상한다.


1987년에 로버츠는 중동을 떠나 펩시 캐나다의 사장 겸 CEO가 되었다. 펩시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중동과는 달리 캐나다에서 펩시는 코카콜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고 3위로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내가 가진 본능적인 반응은 남들이 다 이쪽으로 갈 때 저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3위가 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 번째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코카콜라를 제쳤다. 불가능한 것이란 없다.”
1997년 사치&사치의 새로운 비전이 팩스로 로버츠에게 전달되었다. 그 비전의 내용은 “고객의 브랜드와 비즈니스, 브랜드를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온상으로 존경 받는 것“이었다. 로버츠는 사치&사치의 CEO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가 세계 마케팅 분야의 정상에 있을 수 있었던 원인은 위대한 아이디어와 감성적 유대관계가 무제한적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십 년 동안 그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마케팅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수행해 왔다. 사치&사치에 합류하자마자 로버츠는 광고 회사였던 이 기업을 ‘아이디어 컴퍼니’로 변화시켰다. 로버츠는 말한다. “우리는 아이디어 시대에 살고 있다”



이후 로버츠는 사치&사치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바로 ‘러브마크(Lovemark)’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러브마크는 세계 산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인 브랜드의 다음에는 무엇이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로버츠의 대답이다.
로버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브랜드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 우리가 지나온 시대는 제품에서 상표로, 그리고 브랜드로의 과감한 여행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는 러브마크를 회사와 그 직원들, 그리고 회사의 브랜드 사이에 존재하는 감성적인 관계로 이성을 넘어선 ‘충성’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처음 내가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방법으로 사랑을 제시하였을 때 CEO들은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연간 재무제표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들을 설득했다. 사랑이야말로 잃어버린 고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감성적인 온도를 높여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창조하는 최선의 방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버츠는 제품, 서비스에서 경쟁 우위에 서고 싶다면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러브마크가 되라고 주장한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간 현시점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눈에 보이게 전달하는 것, 그래서 사용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모든 정성을 다 쏟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함은 물론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짜내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한다.
최고경영자는 이제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가 돼야 한다. 케빈 로버츠의 말대로 소비자의 감성적 연결고리가 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한 브랜드 전략과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고객의 마음에 ‘러브마크’를 만드는 일에 최고경영자들이 몰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