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가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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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많이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책 많이 보시죠?” 그럭저럭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는다. 정독하는 서적은 드물고 중요서적은 대강 읽고 지나간다. 많은 CEO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식의 보고로 독서를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청년시절 워낙 책을 많이 본지라 지금은 책에서 벗어나 좀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중후 장대한 책보다는 쉽고 간결한 책이 좋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뒤늦게 불붙은 향학열로 2년간 매주 2~3회 좋다는 강연에는 모두 쫓아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웬만하게 끌어당기는 주제나 강사가 아니고서는 그냥 사무실에서 일을 본다.
앞의 두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체험’ 그리고 ‘깨달음’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10년간 집중해서 보니, 책에 대해서는 물론 삶의 이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터득하게 됐다. 2년 동안 다양한 주제의 경영관련 세미나를 집중해서 접하다 보니 실물경영과 강사 분들이 십수년간 축적한 ‘핵심가치’에 대해서 고스란히 습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책’과 ‘학습’을 뛰어 넘어 세상을 나름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명함들에 대해서 뿌듯했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명함관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의 체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나름대로 깨달은 후에는 기존에 집착했던 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흐름이나 들려오는 얘기에 관계없이 나의 길을 충실히 가면 되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하는 경영자의 경우는 어떨까. 경영에서도 ‘체험’과 ‘깨달음’을 얘기하고 싶다. 오랜 세월 경영을 하다보면 나름대로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찾게 되고 해당 기업에 맞는 경영방식도 터득하게 마련이다. 이 정도 경지가 되면 이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급’과 ‘과욕’을 넘어서, ‘주체적인 경영자아’를 지닌 멋진 CEO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산업현장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좋지 못한 구습이 있으니, 이름 하여 ‘패션경영’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멋들어진 ‘경영의 패션물결’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너도 나도 새로운 경영패션이 나타나면 앞 다투어 경쟁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TQM, BPR, JIT, ERP, 지식경영, 식스시그마 등 각종 경영 기법들이 창궐했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경영의 흐름을 지켜본바 10년 넘게 우위를 지켜온 지존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뜨겁게 달구어 졌다가 금방 식어버리곤 했다. 작년 경영계를 뒤흔들던 ‘블루오션 전략’ 열풍도 이제는 주춤한 상태이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명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 맞게 조화로운’ 매무시를 한 사람이다. 기업경영도, CEO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그룹의 CEO인 유진 오켈리. 촉망받는 비즈니스맨이었던 그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는다. 뇌종양에 걸려 앞으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 한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는 너무도 또렷하게 현실의 삶을 응시한다.
암 진단을 받고 며칠 뒤, 유진은 KPMG그룹의 CEO 자리를 내놓는다. 미래를 위해 계획했던 원대한 구상도 포기한다. 그리고 그 동안 30년 가까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던 온갖 비즈니스 관행과 습관도 벗어던진다. 이제 남은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가야 할 최선의 삶뿐이다. 유진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죽음에서도 성공하기로 마음먹는다. 죽음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여 올바른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는 죽음에 있어서조차 가장 성공적인 전례를 남기고 싶어 했다. 1천 명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야 할 작별 인사, 남은 날들 동안 해야 할 일들 목록 정리, 장례식 준비 등 죽음을 앞두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는 죽음에 처한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사는 법을 배우려 했다.
그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은 미래에 살지 말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두 달 앞이나 한 주 앞, 또는 몇 시간 앞을 내다보며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세계에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매혹적인 순간을 놓치고 만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이번 달을 열심히 살면 다음 달이 보이고, 올해를 열심히 살면 내년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5년 앞의 일, 10년 앞의 일을 고민하기 보다는 오늘을 후회 없도록 열심히 산다고 언급한다.
최근 상영작인 ‘라디오 스타’의 시사회에서 이준익 감독이 들려준 말이 인상 깊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증명을 받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이채욱 GE코리아 회장도 “진정한 성공이란 가까운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켈리는 암 진단을 받은 지 채 4개월이 되지 않아서 사망한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는 분명히 온다. 그때가 되면 분명 몹시 힘들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저축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돈만큼 중요한 어떤 것, 다시 말해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 것일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정말 아름다운 가을이지 않은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뒤늦게 불붙은 향학열로 2년간 매주 2~3회 좋다는 강연에는 모두 쫓아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웬만하게 끌어당기는 주제나 강사가 아니고서는 그냥 사무실에서 일을 본다.
앞의 두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체험’ 그리고 ‘깨달음’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10년간 집중해서 보니, 책에 대해서는 물론 삶의 이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터득하게 됐다. 2년 동안 다양한 주제의 경영관련 세미나를 집중해서 접하다 보니 실물경영과 강사 분들이 십수년간 축적한 ‘핵심가치’에 대해서 고스란히 습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책’과 ‘학습’을 뛰어 넘어 세상을 나름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명함들에 대해서 뿌듯했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명함관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의 체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나름대로 깨달은 후에는 기존에 집착했던 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흐름이나 들려오는 얘기에 관계없이 나의 길을 충실히 가면 되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하는 경영자의 경우는 어떨까. 경영에서도 ‘체험’과 ‘깨달음’을 얘기하고 싶다. 오랜 세월 경영을 하다보면 나름대로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찾게 되고 해당 기업에 맞는 경영방식도 터득하게 마련이다. 이 정도 경지가 되면 이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급’과 ‘과욕’을 넘어서, ‘주체적인 경영자아’를 지닌 멋진 CEO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산업현장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좋지 못한 구습이 있으니, 이름 하여 ‘패션경영’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멋들어진 ‘경영의 패션물결’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너도 나도 새로운 경영패션이 나타나면 앞 다투어 경쟁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TQM, BPR, JIT, ERP, 지식경영, 식스시그마 등 각종 경영 기법들이 창궐했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경영의 흐름을 지켜본바 10년 넘게 우위를 지켜온 지존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뜨겁게 달구어 졌다가 금방 식어버리곤 했다. 작년 경영계를 뒤흔들던 ‘블루오션 전략’ 열풍도 이제는 주춤한 상태이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명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 맞게 조화로운’ 매무시를 한 사람이다. 기업경영도, CEO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그룹의 CEO인 유진 오켈리. 촉망받는 비즈니스맨이었던 그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는다. 뇌종양에 걸려 앞으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 한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는 너무도 또렷하게 현실의 삶을 응시한다.
암 진단을 받고 며칠 뒤, 유진은 KPMG그룹의 CEO 자리를 내놓는다. 미래를 위해 계획했던 원대한 구상도 포기한다. 그리고 그 동안 30년 가까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던 온갖 비즈니스 관행과 습관도 벗어던진다. 이제 남은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가야 할 최선의 삶뿐이다. 유진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죽음에서도 성공하기로 마음먹는다. 죽음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여 올바른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는 죽음에 있어서조차 가장 성공적인 전례를 남기고 싶어 했다. 1천 명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야 할 작별 인사, 남은 날들 동안 해야 할 일들 목록 정리, 장례식 준비 등 죽음을 앞두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는 죽음에 처한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사는 법을 배우려 했다.
그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은 미래에 살지 말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두 달 앞이나 한 주 앞, 또는 몇 시간 앞을 내다보며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세계에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매혹적인 순간을 놓치고 만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이번 달을 열심히 살면 다음 달이 보이고, 올해를 열심히 살면 내년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5년 앞의 일, 10년 앞의 일을 고민하기 보다는 오늘을 후회 없도록 열심히 산다고 언급한다.
최근 상영작인 ‘라디오 스타’의 시사회에서 이준익 감독이 들려준 말이 인상 깊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증명을 받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이채욱 GE코리아 회장도 “진정한 성공이란 가까운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켈리는 암 진단을 받은 지 채 4개월이 되지 않아서 사망한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는 분명히 온다. 그때가 되면 분명 몹시 힘들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저축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돈만큼 중요한 어떤 것, 다시 말해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 것일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정말 아름다운 가을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