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울의 가을단상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참 좋다. 거리를 천천히 걸어본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높은 하늘과 빌딩 숲이다. 순간 무엇인가 울컥하며 올라온다.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보낸 지난 2년간의 소회 때문이다. 나이 마흔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일이 스러지지 않고 버텨준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격려의 마음이 들었다.

  근자에 명망이 있다는 명리학자와 상담한 적이 있다. 사실 사주라는 것도 처음 보았고 특히 성명에 대해서 궁금해서 여쭤보았다. “서울 경(京), 클 태(泰)는 서울에서 크라는 말 아닌가요.” 다행히 나름대로 좋은 작명이라고 평해 주셨는데,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 크다, 서울에서 성과를 만든다.’라는 자기 암시를 가지고 있었다.

 

비즈니스는 마치 산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순탄한 평지가 있으면 힘든 경사 길도 있고 정상에 올라가면 희열과 함께 성취감도 느끼는 것 말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지는 오래전에 가지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인문분야는 나름대로 실력을 만들어 왔는데 경영 지식은 취약하여 온라인의 경영관련 커뮤니티 강연회에 많은 참석을 했다. 내심 경영대학원을 생각했으나 학비문제와 직장인이라는 여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약 2년간 일주일에 2~3회 세미나에 참석을 했고, 강사분과 함께 하는 뒷풀이까지 참석하면 새벽이 되곤 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인천의 집까지 택시비만 해도 수 백 만원을 지출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활연대오(豁然大悟)와 같이 ‘인생에서 어떤 길을 가야 되겠다’라는 확신과 깨달음이 섬광처럼 다가왔다. 그 날 이후 2년간의 학습과정을 마감하고 하산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나 환경 탓을 한다. 그러나 열심히 갈구하다보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 필자에게 2년간의 학습기간은 현장전문가들의 십 수 년 닦아온 내공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었던 시간인지라 오히려 대학에서 배우는 MBA과정 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을 하려면 내실 있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필자도 약 2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15년간 대기업, 중소기업 등의 직장경험은 현재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사원부터 임원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적합한 판단력과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직장 1년차 때부터 CEO를 꿈꿔 왔으니 준비기간이 2년이 아니라 20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비즈니스에서 큰 도움이 되는 창의력의 보고(寶庫)는 대학시절 사서삼경에서부터 시작한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시절에는 책을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 필자는 스스로 설정한 ‘대학(university)의 어원은 우주(universe)다’라는 모토가 있었다.

 

대학인은 당연히 우주를 마음에 품어야 하고, 그 접근방법으로 인간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현상에 대한 책을 섭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입생 때는 하루 5권을 읽었고 대학 졸업 때까지 약 3000권 정도의 독서를 했다. 더 나아가 소년시절 기독교의 영향으로 타인을 돕는 일에 대한 호감이 컸다. 중학교 때 삼국지를 읽고 뛰어난 병법가가 되는 꿈을 가졌다. 그래서 스스로의 의지로 구입한 최초의 도서가 바로 ‘손자병법’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이라 소년시절 병법가의 꿈이 대체되어 실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 역사의 패턴을 읽으면 현재 기업의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개인사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천재도 아니고 크게 배우지도 못했고 부자 집안도 아니다. 하늘이 청명한 가을에 작은 카페의 마당에 앉아 상념에 잠기니 지난 과거의 대소사와 희노애락이 지금의 길로 인도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를 꿈꾸는 여러분은 모두 잠룡(潛龍)이다. 지난 과거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고 열정과 노력이 가미된다면 원하는 꿈과 포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김대리의 건투를 기원한다!


* 이 글은 <머니투데이> ‘김대리 CEO되기’에 게재된 글입니다.